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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떠오르는 새 별]작곡가 김솔봉

입력 | 2009-07-23 03:16:00


작곡-지휘-연주-감독… 욕심많은 ‘종합예술가’
5월 교향악 축제에서 청주시향과 비올리스트 김상진 연세대 교수가 협연한 ‘비올라 협주곡’, 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가 선보인 ‘현악4중주를 위한 고디바 미니어처’,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SSF) 무대에 오른 6중주곡 ‘해시계 연대기’, 4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 과제곡 ‘루프트톱 판타지’…. 모두 재미 작곡가 김솔봉 씨(28)의 작품이다. 젊은 시절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작곡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 그는 ‘애틀랜틱 뮤직 페스티벌’(6월 22일∼7월 24일)의 음악감독으로 미국 메인 주 콜비칼리지에 머물고 있다. 전화기 너머로 활기가 전해졌다.
“미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에 있어요. 작곡가 리처드 대니얼푸어, 바이올리니스트 제이미 라레도, 피아니스트 내털리 안토노바 씨 등 저명한 음악인을 비롯해 40여 명의 젊은 연주자가 참여하는 축제죠. 전 오케스트라 지휘도 하고 연주자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지내요.”
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귀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솔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어사전에 실린 ‘솔봉이’의 뜻은 ‘나이가 어리고 촌스러운 티를 벗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어머니는 아들이 평범하게 자라길 원하셨다”고 말했다.
신문기자였던 어머니는 퇴근이 늦었다. 어두운 밤, 꼬마의 친구는 음악이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100번쯤 들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사운드트랙 중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에 푹 빠져 반나절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서울예고 1학년을 다니다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들어갔고 이어 커티스음악원을 졸업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 시절 미디어그룹 베텔스만 주최 콩쿠르에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으로 작곡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뉴욕 신포니에타 전임 작곡가에 발탁된 그는 2007년 ‘전쟁 진혼곡’을 작곡했다.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사라 힉스)와 200명의 합창단이 무대에 선 대작이었다. 초등학교에서 민방위훈련 때 교실 책상 밑에 웅크리고 앉아 마음을 졸였던 경험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올해 발표한 ‘해시계 연대기’에는 처음으로 국악기를 도입했다. 낮이 길어지고 만물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는 봄을 그린 곡이다. SSF에서 김지현(가야금) 김덕수(장구) 강동석(바이올린) 양성원(첼로) 채재일 씨(클라리넷)와 함께 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다.
“서양음악 작곡으로 시작했지만 한국 작곡가로서 국악을 이해하고 습득하고 싶다는 의무감이 있어요. 그런 마음이 생긴 건 국악기 소리가 좋기 때문이고요. 국악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제대로 익히고 싶습니다.”
그의 역할모델은 극장을 짓고 대본도 쓰고 작곡과 지휘도 함께했던 ‘종합예술가 바그너’다. 단편영화 ‘웨이크’를 만들었고 뮤지컬 작품도 10편 넘게 썼다. 2010년 문을 여는 뉴욕의 공연문화센터 ‘덤보스페이스’에서 예술감독도 맡는다. 그는 “교향곡은 3번까지만 작곡하고 오페라는 더 많이 쓰고 싶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