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서울 성균관대 사범대 학생들이 2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균관대 사범대가 마련한 ‘다문화가정 자녀 화상 멘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두 달간 인터넷 화상대화를 통해 일주일에 4시간씩 교과 과외공부를 해왔다. 용인=변영욱 기자
成大 ‘다문화가정 화상멘터링’ 참가자들 2박3일 캠프
놀이공원 나들이도… “아이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것”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가 더 예뻐요.”
전남 보성군 벌교초등학교 3학년 조현지 양(9)은 ‘과외선생님’ 박선영 씨(20·여)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2학년인 박 씨가 “난 컴퓨터로 보는 것보다 더 까매서 놀랐는데” 하자 어머니가 필리핀인인 현지는 멋쩍게 웃었다. 두 달간 인터넷 화면을 통해서만 과외수업을 진행해 온 이들 스승과 제자는 20일 처음 서로 만났다.
성균관대 사범대학에서 6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방 다문화가정 자녀 화상멘터링 프로그램’(본보 6월 10일자 A8면 참조)의 주인공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첫 ‘정모’를 가졌다. 2박 3일간 진행된 ‘멘터링 프로그램 2009 하계캠프’에는 경남 마산시, 전남 고흥군, 충북 청주시, 경북 포항시 등지에서 올라온 13명의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성균관대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멘터 24명이 참가했다.
캠프 둘째 날인 21일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를 찾은 포항시 장흥초 4학년 이영지 양(10)은 “놀이공원에 처음 와본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영지는 하마터면 캠프에 참석하지 못할 뻔했다. 중국인인 어머니가 캠프에 앞서 귀국할 일이 생겨 영지를 서울까지 인솔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멘터인 한문교육과 1학년 김지영 씨(19·여)가 새벽차를 타고 포항까지 내려가 영지를 직접 인솔해 왔다. 김 씨는 “터미널에 내렸더니 할머니 손을 잡고 나온 영지가 ‘쌤!(선생님의 줄임말)’하면서 나를 정겹게 불렀다”며 “못 알아볼까 걱정했는데 너무 신기하고 또 반가웠다”고 말했다.
게임, 그림그리기, 율동 등 아이들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된 이번 프로그램은 큰 틀은 학교가 짜고 세부적인 내용은 학생 멘터들이 직접 기획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멘터 학생들은 캠프 일주일 전부터 만나 회의를 거듭하며 노래를 연습하고 게임과 율동도 직접 만들었다. 멘터 학생 대표인 교육학과 3학년 황진욱 씨(25)는 “교사가 꿈인 만큼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관심이 많아 몇 번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좋아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멘터·멘티들은 2박 3일간 짝을 지어 다니고 성균관대 자연과학대 기숙사에서 숙식도 함께했다. 교육학과 3학년 이명훈 씨(25)와 이 씨의 멘티인 고흥군 녹동초 5학년 김대웅 군(11)은 어느새 형과 동생처럼 가까워졌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대웅이는 “선생님이 방에서 계속 벗고 다닌다”며 웃었다. 이 씨는 미소 지으며 “직접 얼굴을 보니 너무 좋다. 화상 과외를 할 때는 아이를 화면으로만 봐 설명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아이의 표정을 좀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마지막 날을 맞은 멘터·멘티들은 아쉬운 마음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멘터 대표 황 씨는 “다음 방학에도 꼭 다같이 봤으면 좋겠다”며 멘티 학생들을 한 명 한 명씩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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