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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한강, 이젠 쉬엄쉬엄 건너자

입력 | 2009-07-24 03:00:00


카페서 차 한잔… 물위 공원서 산책
■ 걷고 싶은 한강 ‘명물다리’

프랑스 파리 센 강을 가로지르는 퐁뇌프에서는 연인들이 만나 사랑을 나눈다. 우리나라 한강을 가로지르는 원효대교에는 괴물이 산다. 프랑스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과 우리 영화 ‘괴물’의 이야기다. 다리를 배경으로 풀어내는 두 영화는 센 강의 다리와 한강의 다리를 느끼는 정서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센 강의 퐁뇌프에는 낭만이 흐르지만, 한강의 다리에서는 살풍경이 연출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퐁뇌프와, 접근조차 쉽지 않은 한강 교량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한강 다리도 달라지고 있다. 차 중심의 다리가 보행자 중심의 다리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차 한 잔의 여유도 누릴 수 있게 됐고, 풀냄새를 맡으며 쉬어갈 수도 있게 됐다. 한강 다리에 다가가 쉼표를 찍어 보자.



○전망이 있는 한남대교

서울 강남구 신사동과 용산구 한남동을 잇는 한남대교는 한강 다리 28개 가운데 유일하게 카페가 있는 곳이다. 올 7월 전망카페 ‘레인보우’가 한남대교 초입에 문을 열었다. 17일 오후에 찾은 전망카페에는 낭만이 넘쳤다. 쏟아지는 장대비로 궂은 날씨였지만, 음악이 흐르는 그 안은 창을 때리는 빗소리 때문에 운치를 더했다. 전망대 2, 3층에 위치한 이 카페는 전체가 통유리로 짜여 있어 쭉 뻗은 한남대교와 올림픽대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카페 종업원은 “요즘은 비 때문에 한산한 편인데, 평소에는 손님이 몰려 한남대교 명물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자전거족의 쉼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카페에 들러 차도 한 잔하고 요기도 하며 쉬어간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이 카페는 전망도 훌륭하지만, 2000원이면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어 실속까지 더했다. 전망대 바로 앞 정류장에 10여개 노선의 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에 찾기도 쉽다.

○걷고 싶은 광진교

최근 새단장을 한 광진교는 ‘걷고 싶은 다리’로 불린다. 기존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보행로와 휴식공간을 늘려 보행자 중심의 다리로 변모했다. 폭이 3m에 불과했던 보행로는 10m로 늘었고, 폭 2.5m짜리 자전거전용도로도 새로 마련했다. 무엇보다 광진교에서는 나무와 풀내음을 맡을 수 있다. 지친 다리를 쉬어갈 쉼터도 있다. 차 소음과 매연에서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와 풀을 가득 심었고, 의자도 설치해 한강 위 공원으로 조성한 것. 1056m 길이의 다리가 산책로가 된 셈이다. 게다가 다리 하부에 설치된 전망대가 올 8월 초에 문을 열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달빛무지개 분수의 반포대교

반포대교의 대형 분수대는 서울의 명물 중 하나가 됐다. 다리 양쪽으로 570m 길이에 380개의 노즐을 설치해 수중펌프로 끌어올린 한강물을 뿜어낸다.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분수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밤이 되면 200개의 조명이 무지갯빛을 발한다. 평일에는 낮 12시 반부터 오후 9시 20분까지 5차례, 주말에는 오후 10시까지 7차례 20분씩 가동된다. 반포대교 바로 아래 잠수교도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전용도로와 보행자도로를 설치해 보행자 중심 다리로 거듭났다. 반포대교에서 쏟아지는 분수를 감상하며 걷는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