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이사
가정불화로 이혼한 김서영(가명·39) 씨에게 한때 희망은 ‘사치’였다. 에어로빅과 요가 강사 자격증 등을 보유한 그였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경제사정은 갈수록 악화됐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어린 두 자녀의 양육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곳은 비영리 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의 무담보 무보증 대출 프로그램인 ‘희망가게’ 프로젝트. 희망가게는 연리 2%로 최대 4000만 원까지를 지원해 창업 후 5년 동안 빌린 돈을 분할 상환하면 된다. 그나마 이자수익도 다른 여성 가장 창업 지원에 다시 이용된다.
지난달 광주 광산구에 자신만의 피트니스센터를 연 김 씨는 “최고의 피트니스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다시 키우게 됐다. 김 씨처럼 2004년부터 아름다운 재단의 도움으로 창업에 성공한 여성 가장은 42명. 2011년까지 총 100명에 대한 지원을 목표로 현재 지원 신청을 접수 중인 아름다운 재단의 윤정숙 상임이사(사진)를 22일 만났다.
“희망가게 프로젝트는 아시아권에서는 싱글맘의 창업을 돕는 유일한 프로그램입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사무실에서 만난 윤 이사의 말이다. 기금은 아모레퍼시픽(전 태평양)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의 유산을 유가족들이 2003년 기부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50억 원 규모였던 기금은 투자로 불어나 현재 80억 원대에 이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도 부친의 뜻을 이어 올해까지 총 5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윤 이사는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오늘이 있게 한 것은 가난했던 옛날, 화장품을 팔러 다녔던 억척 여성판매원이었다는 점을 항상 강조했다”면서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자립을 꿈꾸는 여성 가장들을 돕는 희망 프로젝트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급증하는 이혼 등으로 한 부모 가정이 늘고 있는데 이 중 79%가 ‘싱글맘’이다”며 “희망가게 프로젝트는 이들을 위한 창업 대출뿐만 아니라 사업 관련 컨설팅 등의 지원도 함께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가게 창업자금 신청은 수도권 및 대전 대구 광주 지역에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한 부모 여성 가장(남편 대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실질적 가장 포함)이면 접수 가능하며,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서류 양식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