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유통업계 최대의 이슈는 단연 대형 유통업체의 대기업슈퍼마켓(SSM) 확장에 맞선 동네 슈퍼의 ‘항거’였습니다. 홈플러스가 중소기업청 사업조정까지 신청한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닥쳐 21일 오픈할 예정이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옥련점 출점을 연기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SSM 입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이번 사안에 얽힌 당사자들을 설득한 후 다시 해당 점포를 열 것”이라고 밝혔지만 문제가 그렇게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3일 현재 인천 옥련점을 시작으로 인천 갈산동, 충북 청주 북대동 등 전국 6곳의 지역상인들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대전이나 경남 등에서도 SSM 관련 사업조정을 신청하겠다고 합니다.
최근 SSM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홈플러스, 롯데슈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로서는 애가 타는 상황일 겁니다. 이들은 ‘소비자 편익’을 내세우며 동네 상인들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SSM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SSM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소비자들은 SSM에서 물건을 사는 게 편리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편익’이라는 업체들의 이야기도 그런 점에서는 옳습니다. 다만 수십 년째 해당 지역에 뿌리를 박고 사는 동네 상인으로서는 SSM 입점이 ‘마른하늘의 날벼락’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수는 없었을까요.
최근 SSM 입지를 결정하는 주요 유통업체 개발팀장들에게 문의해 본 결과 SSM 입점에 지역 상인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었습니다. 바로 옆에 동네 슈퍼가 있어도 사업성만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들어간다는 것이죠. 입지 선정을 심사숙고했다면 동네 슈퍼의 반발이 지금처럼 거세진 않았을 겁니다.
“대형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에 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요청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제조업체는 이제 ‘함께 간다’는 생각이 뚜렷해졌지만 유통업체는 ‘우리가 그걸 왜’라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한 경제단체 상생협력 관계자의 말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이제 사업성뿐 아니라 ‘상생’도 고려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