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구 한 고교 3학년 교실에 학부모 한 사람이 쳐들어왔다. 이 학부모는 수업 중인 3학년 교실의 출입문을 곡괭이로 찍고 들어가 “누가 내 아들을 놀렸느냐”며 교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이 학부모는 교사와 학생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복도와 교무실 유리창을 깨뜨리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인계됐다. 올 5월엔 정신 병력이 있는 20대 남성이 강원 춘천의 한 여고에 들어와 야간 자율학습 중이던 여고생들에게 행패를 부렸다.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것은 사어(死語)가 된 지 오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2001년 104건이던 교권침해 사건은 2008년 249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폭언 폭행 협박 등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92건으로 37%를 차지했다. 한두 자녀만 낳는 현상이 보편화하면서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교사의 체벌을 수용하지 못하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학부모로부터 폭행과 수모를 당할 경우 피해가 교사들에게 국한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을 발의했다. 학부모 등 외부인은 학교장이나 교사의 동의 없이 학교를 방문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수업권과 학습권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하지만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할 때 일일이 교장과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학부모들은 교실청소나 급식활동 때문에 학교를 찾을 일이 빈번한데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난센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인 시절에 부인 미셸 여사를 제쳐두고 두 딸의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와 전학 문제를 상의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미 대통령 당선인이 자녀의 학교를 방문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정적이고 다정한 아빠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미국에선 학부모가 학교를 찾는 일이 그만큼 자연스럽다. 소풍이나 미술시간 같은 때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교사의 보조원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가 ‘소통장애’에 시달리고 있는데 교원보호법이 교사와 학부모 간에 새로운 장벽이 될까 걱정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