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개혁 재원 마련하겠다”
오바마, TV연설서 첫 천명
22일 오후 5000만 명 이상의 무보험자를 양산한 미국의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독려하기 위해 전국에 TV로 생중계된 백악관 기자회견에 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은 비장해 보였다. 다음 달 휴회 이전에 법안을 만들어 연내에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와 균형예산을 중시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의 반대에 밀려 관련 상임위 상정이 보류되고 있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기색이 역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대통령에 취임한 뒤 매일 지나치게 비싼 건강보험료 때문에 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편지를 받고 있다”며 “이것이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 정가의 속성상 마감시한을 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며 “변화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향후 1조 달러의 재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히려 노년층,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가 재정적자를 치솟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연간 소득이 100만 달러를 넘는 가구에 대한 증세 방안을 처음으로 천명했다. 그는 당초 35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가구에 대한 증세를 검토했지만 중산층의 반발을 우려해 추가 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자기 집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됐던 하버드대의 흑인 학자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 교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어리석게 대처했다”며 “인종 문제가 아직도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표”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