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악성 구별과 치료법
《건강검진을 받다가 몸속에 혹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환자는 불안한 마음에 ‘종양(腫瘍)’이냐고 물어본다. 이때 의사가 별로 심각하지 않은 표정으로 “그렇다”고 답한다면 십중팔구 양성종양일 가능성이 높다. 종양은 양성과 악성으로 나뉜다. 악성종양을 암이라고 한다. 흔히 의사들은 ‘비나인(benign·양성종양)’ ‘말리그넌트(malignant·악성종양)’라는 단어로 종양을 구분한다. ‘비나인’으로 나왔다면 안심을 해도 된다. 전이가 안 되고 제거가 쉽다. 악성종양의 심각성 때문에 양성종양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양성종양이 악성종양으로 악화되기도 하므로 적절하게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식-전이 없는 양성 치료쉬워
男대장용종, 女자궁근종 많아
대장선종은 양성→악성변질도
다른 조직 영향 없을땐 수술을
○ 피부의 점도 양성종양
양성종양은 암이 아닌 모든 종양을 말한다. 피부에 생긴 점도 양성종양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몇 개씩은 양성종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몸 안에 생긴 작은 혹(결절), 대장 안쪽에 생긴 용종(사슴뿔처럼 자란 종양), 종양 속에 물이 들어 있는 낭종(물혹)도 양성종양에 포함된다.
악성종양은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악성’이라고 한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무한히 증식을 하고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고 △다른 부위로 전이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이 없다면 양성종양이다.
양성종양은 암이 아니므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갑상샘 결절이 양성이라면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하며 크기와 모양이 변하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자궁근종이나 신장에 생긴 물혹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양성종양은 크기가 변하지 않거나 커지더라도 아주 조금씩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커지면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양성종양이 잘 생기는 부위도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일반인 5만765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대장 용종(54.4%), 갑상샘 결절(52%), 신장 낭종(18.8%), 담낭 용종(11.1%), 간 낭종(10.3%), 위 용종(7.1%) 순으로 양성종양이 많이 생겼다. 여성은 자궁근종(54.3%)이 가장 많았고, 갑상샘 결절(50.1%), 대장 용종(31.7%), 간 낭종(12.4%), 신장 낭종(9.1%), 담낭 용종(7.3%)이 뒤를 이었다.
○ 악성종양으로 악화되기도
양성종양이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양성종양이 악성종양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장 선종이 대표적. 선종은 위나 대장에서 발견된 용종 중 앞으로 5∼10년 내 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전암성(前癌性) 종양을 말한다.
대장 선종이 있었던 사람은 앞으로도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의 전 단계로 알려진 장상피화생,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자궁경부 이형성증은 비록 양성종양이긴 하지만 암으로 바뀔 수 있는 암의 전단계로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양성종양이 마치 악성종양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뼈에 생기는 거대세포종은 수술 후에도 재발률이 30∼40%에 이른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폐로 전이되기도 한다. 거대세포종은 수술을 할 때 가능하면 본인의 뼈를 유지하면서 수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뼈가 많이 파괴된 경우에는 종양 부위를 절제하고 인공관절을 해야 한다.
근육 피하지방 같은 연부조직에 생기는 종양 중에 섬유종증, 혈관종은 양성종양이지만 치료가 쉽지 않다. 근육, 팔다리 등에 생기는 혈관종은 생기는 부위나 크기에 따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매우 커서 발바닥 전체에 있거나 무릎 아래에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기가 어렵다. 양성종양은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팔다리의 기능을 파괴하면서까지 수술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팔다리에 생기는 섬유종증은 양성종양이지만 수술 후 재발률이 매우 높다.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종양이 신경이나 혈관을 둘러싸고 있으면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워 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양이 수술 부위 이외의 부위에서 재발하기도 하고 근육을 침범해 근육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절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도움말=신규호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권영훈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 문승명 한강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