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를 만든 리잉 감독. 그는 “나를 움직이는 추진력은 동아시아에 건강한 공기가 흐르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다큐 ‘야스쿠니’ 제작 중국인 리잉 감독 인터뷰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는 일본 야스쿠니신사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1997년부터 10년간 담담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지난해 4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갑작스레 상영이 취소됐으며 감독을 비롯해 영화제작 관계자들이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았다. 곡절 끝에 한 달 뒤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60여 개 극장에서 13만 명이 봤다. 감독의 모국인 중국에서는 아직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8월 6일 개봉한다.
리잉(李纓·46) 감독을 24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중국인으로 1989년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는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인 모두에게 유쾌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라고 말문을 열었다.
‘야스쿠니’를 구성하는 두 축은 야스쿠니신사 주변의 풍경과 야스쿠니신사 내에서 ‘야스쿠니 도(刀)’를 제작하는 백발의 장인이다. 전쟁 기간에 장인은 수천 자루의 칼을 만들어 전장으로 보냈다. 장인은 “야스쿠니신사에 모신 영령들에 대한 느낌이 어떤가” 등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틈이 나면 히로히토 일왕의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듣는 장인의 모습에서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엿볼 수 있다.
일본 국가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신사에 예를 표하는 가운데 한 학생이 “신사참배 반대”를 외치자 군중이 그를 두들겨 팬다.
그는 “이 영화는 시대가 요구해서 찍은 것이 아니다. 이 시대가 요구해야만 하는 것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7년 도쿄에서 열린 ‘난징대학살 60주년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일본군의 업적을 선전하는 다큐멘터리 ‘난징’을 보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했다.
“일본군이 중국 난징으로 진군하던 중 일장기를 게양하면서 일본 국가가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토론회장에 모인 1000여 명의 일본인이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기관총이 동시에 발사되는 소리 같았다. 파렴치한 역사를 우상처럼 여기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그는 “카메라를 무기 삼아 전쟁을 신성하고 존엄하게 여기는 행태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다큐멘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적은 책 ‘야스쿠니’(아사히신문)는 8월 초 일본에서 나온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