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장수비결… 신선하지 않으면 버려라! 식재료신선함과 매일 승부… 도심 한 곳서 32년간 인기
이처럼 사케와 절묘한 궁합을 이루는 정통 일식을 맛 볼 수 있는 곳이 서울 도심에 있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식도원’이 그 것. 역사가 놀랍다. 이 자리에서 무려 32년째다. 그만큼 맛에 대한 단골손님의 신뢰가 높다는 방증이다. 비교적 싼 값에 정통 일식을 맛볼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낮 정식이 2만원(이하 1인 기준), 저녁 정식이 4만원이고, 생선회 코스도 9만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안병욱 식도원 사장은 “10여년 전 부터 이런 정식을 내놓고 있다. 고급 일식당은 보통 저녁 코스 위주인데 우리는 생선회도 있지만 회정식을 손님들에게 선보여 일식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반포 아파트 앞 지하상가에 있어 아줌마들 모임도 많다. 아줌마들이 모이면 종종 까다로운 취향을 드러내기 일쑤다.
하지만 이 곳에서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오히려 조용한 룸, 그들만의 공간에서 맛에 반한 손님들은 다른 손님을 계속 불러온다. 하긴 이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아파트 앞 상가에서 장수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으리라.
이 곳의 맛은 신선한 식자재에서 출발한다. 신선하지 않은 재료는 어느 하나 상에 올라올 수 없다. 한번 테이블에 올라간 재료는 무조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손님이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건 고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안 사장의 철학이다.
“손대지 않은 음식을 그냥 버리는 걸 이해하지 못한 종업원도 있었어요. 아까우니까 자신들이 식사할 때 먹으면 안 되냐고 묻기도 했죠. 그런데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분명하잖아요. 아무리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이라도 테이블에 한번 올라간 음식을 (제가 손님인데) 저한테 먹으라고 하면 기분이 좋겠어요. 하물며 그런 음식을 종업원에게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죠.”
특급 호텔 출신의 조리팀장이 내놓는 생선회 코스 는 쫄깃쫄깃한 육질과 신선함을 제대로 살린 맛이다. 메인 요리로 나오는 광어 뱃살, 광어 지느러미살, 도미 뱃살, 도미 마스가와, 참치 뱃살은 저 마다 풍성한 식감을 자랑해 젓가락을 놀리는 속도를 절로 빠르게 한다. 한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도미 머리 아라다께’의 맛은 예술이다. 일본에는 ‘죽은 도미도 도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식자재로 치는데 짭짤하게 간을 낸 이 요리에 곁들이는 준마이 다이긴조는 휴양지가 부럽지 않다.02-599-3825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