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오늘 후반기 플레이볼!
디펜딩 챔피언은 7연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바닥을 스치듯 날던 갈매기는 눈 깜짝할 새 하늘 높이 솟구치고, ‘이빨 빠졌다’는 놀림을 받던 호랑이는 새로 돋은 발톱으로 맹수의 본성을 되찾고…. 2009시즌 프로야구 전반기는 말 그대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접전 구도였다. 1위 SK부터 5위 삼성까지의 게임차는 고작 3게임. 피 말리는 순위싸움에 감독과 선수들은 초조하지만 팬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사흘간의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친 프로야구가 28일 잠실(삼성-LG), 목동(SK-히어로즈), 대전(두산-한화), 사직(KIA-롯데) 등 전국 4개 구장에서 일제히 재개된다. 후반기 첫 3연전 가운데 가장 눈길이 쏠리는 곳은 바로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사직구장. 1게임차로 3·4위를 달리고 있는 KIA(47승36패4무)와 롯데(48승43패)가 만났기 때문이다. 3년 만에 가을잔치 참가를 벼르는 KIA도, 최고의 팬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4위는 기본이어야 하는 롯데도 모두 후반기 초입부터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하는 처지다.
빅뱅에 걸맞게 양 팀은 서전부터 에이스를 내세웠다. KIA는 8승3패·방어율 3.04의 로페즈, 롯데는 전반기 막바지 놀라운 3연속경기 완봉승을 거두며 팀 상승세에 불을 지핀 송승준(9승4패·방어율 4.03)을 선발 예고했다. 모두 만만치 않은 ‘방패’다.
그래서 ‘창’이 중요하다. KIA는 최희섭, 롯데는 이대호가 핵이다. 최희섭이 ‘호랑이의 예리한 이빨’만 되어준다면 KIA로서는 금상첨화다. 그러나 전반기 최희섭은 준비가 덜된 모습이었다. 타율 0.255에 16홈런, 44타점. KIA 조범현 감독은 최희섭이 4월 한달간 타율 0.321에 7홈런, 15타점을 쓸어 담던 모습을 되찾아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반면 이대호는 전반기 ‘물 찬 갈매기’였다. 타율 0.295에 18홈런, 75타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의 페이스만 유지해도 후반기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연신 “굿 잡(good job)”을 외칠 것이다.
어차피 5강 중 한 팀은 필연적으로 쓴 잔을 들이켜야 한다. 그렇기에 KIA-롯데의 사직 3연전 결과는 경쟁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올스타전 직전 이례적으로 구단과 재계약에 합의한 삼성 선동열 감독은 주말(7월 31일-8월 2일)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이처럼 ‘사직 빅뱅’은 살얼음판 같은 상위권 판도를 가늠해볼 후반기 첫 풍향계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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