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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국내 문학 다문화사회 묘사 늘어

입력 | 2009-07-29 02:59:00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다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다. 왼쪽부터 동화집 ‘빨주노초파남보똥’, 청소년소설 ‘완득이’, 단편집 ‘코끼리’.

동화집 ‘빨주노초파남보똥’ 중 ‘노란잠수함’에 실린 삽화. 비틀스의 ‘노란잠수함’을 좋아하는 방글라데시인 아빠는 거리공연 중 경찰에게 구걸을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일러스트 제공 사계절


연민 넘어 동등한 인격체로 승화

조선족 어머니와 네팔인 아버지를 둔 열세 살 소년(김재영, ‘코끼리’), 지하철역에서 노인들과 어울려 흥겹게 공연을 펼치는 동남아시아 청년들의 밴드(하종오, ‘밴드와 막춤’)…. 한국문학 속에 등장하는 다문화사회의 모습들이다.

한국 문학의 소재로 다문화사회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다. 소설가 김재영 씨는 2005년 이주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코끼리’ ‘아홉 개의 푸른 쏘냐’ 등이 수록된 단편집 ‘코끼리’를 펴냈다. 2007년 발표한 ‘꽃가마배’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등장시키기도 했던 김 씨는 “2003년 불법체류 노동자 단속을 보며 이주노동자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우리와 다르다 하더라도 인격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자식 있는 우즈베크들이 입사한 올해엔/목욕탕에 올 때면 저희 아이들과 같이 오고/한국인 사장도 제 아이와 같이 오니//어우렁더우렁 텀벙텀벙 시끌벅적/냉탕에서 찬 물방울 튀어도/우즈베크들과 한국인 사장은/온탕에서 입 다물고 눈 감고 있다’(하종오, ‘공중목욕탕에서’에서)

시인 하종오 씨는 2007년부터 다문화사회를 소재로 한 시집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 하 씨는 “강화도에 살 때 서울을 오가면서 김포공단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관찰했다”며 “그들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고, 문학은 우리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 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동화집 ‘빨주노초파남보똥’에 실린 이용표 씨의 ‘노란잠수함’에는 방글라데시인 아빠를 둔 아이가 등장한다. 이 씨는 “경기 남양주시에 살면서 근처 공단의 이주노동자들을 자주 보게 됐고, 특히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있었다”며 “아들에게 생김새나 언어가 다르더라도 모두 이 땅에서 어우러져서 살아야 할 형제들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동화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 동화집에 참여한 작가들은 인세 일부를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주노동자 핫산이 등장하는 ‘완득이’나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여성의 사랑을 다룬 ‘나마스테’는 다문화사회를 소재로 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한국문학이 좀 더 건강하고 풍요로워지려면 다문화사회를 좀더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인 하 씨는 “다문화사회의 문제들은 아직 한국문학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보다는 그들을 동등하게, 각각의 개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김 씨 역시 “이주노동자들이나 결혼이주여성을 피해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오히려 그들을 타자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들의 삶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더라도 한국 작가들이 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