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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은행·증권사 ‘쩐의 전쟁’

입력 | 2009-07-29 02:59:00


하나대투증권이 5월 26일부터 300만 원 한도에서 두 달간 연 4.1%의 수익을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시판 중이다. 증권사 CMA 수익률이 보통 연 2.6%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7월 말까지 판매하는 이 상품에 7만 명이 3100억 원을 맡겨 계좌 5만 개 유치 목표를 이미 넘었다. 삼성증권도 7월 초부터 CMA 월급이체계좌에 연 4.0% 수익률을 보장한다. 하이투자증권은 8월 4일 이후 가입자에게 3개월간 연 4.2%, 현대증권은 기간제한 없이 연 4.1% 수익률의 CMA를 각각 내놓는다. 올해 2월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이 가져온 금융시장의 변화다.

▷13개 증권사가 8월 4일부터, 나머지 증권사도 연내에 은행처럼 지급결제(決濟)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 고객도 현금자동지급기(ATM)에서 입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고수익 CMA로 치고나온 것이다. 다양한 증권사 신용카드가 지난달 쏟아져 나온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그 덕분에 고객은 금융상품 선택 폭이 넓어지고 수익도 더 얻게 됐다.

▷은행도 구경만 할 리 없다. 월급통장 계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금리를 올려주다 보니 6월 저축성수신 평균금리가 연 2.96%로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주거래 고객에게 대출과 환전 때 우대해 주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은행도 많아졌다. 8월부터 은행과 증권사의 마케팅이 불꽃을 튀길 것 같다. 고객이 은행 1곳, 증권사 1곳을 주거래로 정해 양쪽의 서비스 경쟁을 즐길 수 있는 ‘1은1증 시대’다.

▷한국투자증권의 ‘CMA 뱅킹 시대를 열다’라는 광고 문구도 다툼의 대상이다. 은행 측이 “뱅크나 뱅킹 같은 용어를 비은행권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자 금융투자협회는 “선진국에선 예금과 대출 업무를 하지 않고도 ‘투자은행’처럼 은행 용어를 쓴다”며 맞선다. 자본시장 통합시대를 맞아 각 금융권은 이런 식으로 기존의 금융시장 파이에서 서로 빼앗기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파이 자체를 키우는 데 협력할 필요가 있다.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80%나 되고 금융자산은 20%로 미국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게 한국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