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되려다 속병 앓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시판 중인 근육강화제 등 일부 보디빌딩 보충제에서 스테로이드와 스테로이드 유사 성분이 검출됐다고 28일 발표했다. FDA는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며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는 특히 최근 의학계에서 이들 보충제를 복용한 남성들이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급성 간질환 폐질환 뇌졸중 신장 기능부전 등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됐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 중에는 신장투석을 받는 등 증세가 심각한 38세의 남성도 있다는 것이다.
주로 근육을 단기간에 크게 만들 목적으로 복용하는 보디빌딩 보충제는 2007년 미국에서 매출액이 28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몸짱' 열풍이 불면서 인터넷 쇼핑몰이나 헬스클럽을 통해 이 같은 제품을 구매하고 복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번에 FDA로부터 적발된 제품은 미국 '어메리칸 셀룰러 래버러토리즈'사가 제조한 트렌 익스트림, 매스 익스트림, 에스트로 익스트림 등 8개 제품이다. FDA는 해당업체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FDA는 그러나 현재 시판 중인 보충제 중 얼마나 많은 제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됐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충제는 일반 의약품과 달리 FDA 등 정부기관의 사전 승인이나 의료기관 처방전 없이 판매와 소비가 자유롭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현행법상 보충제에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될 경우에만 FDA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부작용이 없다'는 제조업체의 주장만을 믿고 제품을 복용하고 있어 사실상 부작용 등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실정이다.
FDA는 보충제를 구매할 경우 근육 형성과 연관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제품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품에 '신진대사 촉진' '에스트로겐 분비 방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으면 위험하므로 구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FDA 산하 연구소의 마이클 레비 신약성분표기부장은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상당수 보충제 제조업체들이 이번에 적발된 것과 유사한 제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본다"며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DA는 또 스테로이드 성분을 함유한 보충제에 대해 판매금지 등 강제조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반(反)약물복용국(Anti-Doping Agency)의 트래비스 티거트 국장은 "미국에서 시판 중인 보충제 가운데 최소 50개 이상 제품이 스테로이드 유사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남성들이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근육강화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정자수가 줄어 불임이 되거나 여성처럼 가슴이 커지는 등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보충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