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원전 10여기 추가건설
《‘저탄소 녹색성장.’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원자력 에너지 이용에 대한 협력 부분. “화석연료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두 정상은 원자력 에너지를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을 이용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탄소배출량을 1억 t 가까이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경제 및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기료를 낮은 수준에 묶어두는 데도 원자력이 기여한 바는 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행보는 남다르다. 한수원은 현재 부산 기장군 고리와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 전남 영광군, 경북 울진군 등에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가적인 원전 확대정책에 맞춰 2016년까지 8기, 2030년에는 10여 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일자리 창출, 사회 공헌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한수원의 활발한 행보를 들여다봤다.》
상반기 예산 3조원 조기 집행… 경제 활성화 앞장
임직원들은 임금 갹출, 생계곤란 가정돕기 운동
○ 반납한 임금으로 ‘희망통장’ 만드는 직원들
한수원은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올해 총 5조3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중 원전연료를 포함해 해외자재 수입을 빼면 순수 국내 투자 규모는 약 4조66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1.7%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전체 투자비의 60.8%인 2조8300억 원을 상반기(1∼6월)에 집행키로 했다. 한수원이 상반기에 실제로 집행한 투자예산은 모두 3조485억 원. 예산 조기집행 목표를 큰 폭으로 초과 달성한 것.
이와 함께 서민경제 살리기에도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실직 가정에 생계보조비를 지원하는 등 ‘서민생활안정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서민생활안정 직접지원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영세 중소기업 지원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 4대 분야, 총 14개 중점 과제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300억 원에 이른다.
일례로 한수원 임직원들은 임금을 반납해 실직 가정이나 생계가 곤란한 가구에 120만 원씩 지원하는 제도(푸른 하늘 푸른 꿈 통장)를 만들었다.
1부서당 1서민가정과 결연한다는 이 제도는 430여 가구에 6개월간 120만 원을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대상 가정은 관련 복지재단의 추천을 받아 선정할 계획이며, 반납 임금은 결연대상자 통장에 자동 이체된다. 아울러 다른 재원을 활용해 서민가정 지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 감소, 고용기회 감소 등 고통을 겪는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국가적 과제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아직은 활성화가 되지 않았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지원 이외에도 단순노무직의 생계형 일자리 창출, 잡 셰어링 확대 등 다각도로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의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총 23억 원을 투입해 원어민 영어강사가 진행하는 영어프로그램 참여를 지원해 지역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하는 협력업체
일자리 창출에 대한 활동도 활발하다. 한수원은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주민들의 취업을 알선해주는 정책을 세웠다.
지역 주민들에게 원전 옆에 위치한 ‘원전건설 전문기술훈련원’을 소개하고 이곳에서 교육을 받게 한 후 협력업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대표적인 예로, 고리 및 월성 지역에 ‘원전건설 전문기술훈련원’을 열고 이 곳에서 교육을 수료하면 원전건설 시공사 및 협력업체에 우선 채용되는 특전을 주는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입학정원도 590명으로 예년(80∼100명)에 비해 5∼7배 가까이 늘렸다.
이와 함께 ‘잡 셰어링’을 위해 총 390여 명의 청년인턴도 선발한다. 이들은 원자력교육원에서 기초교육과 현장실습 등을 받도록 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으로는,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 전원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데 이어 이들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한다. 청년층 취업난 해소 차원에서 당초 신입사원 선발 규모도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장애인과 여성 등 취업 소외계층과 이공계 출신의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올해부터 ‘기술직 여성 직원의 채용할당제’를 도입해 채용인원의 10% 이상은 여성을 의무적으로 뽑고 사무직은 30% 이상으로 하기로 했다. 장애인의 경우 2% 선발 방침을 유지할 예정이다.
○ 중소기업 기술개발 돕는 퇴직 인력들
영세기업 및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한수원의 의욕은 남다르다.
김 사장은 “국내 원자력 도입 30년 만에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발전했다”며 “짧은 기간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 데는 중소기업의 끊임없는 협력과 기술개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중소기업들이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연구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중소기업이 한수원과의 계약금 중 80%까지 무담보 처리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전자발주 론’을 만들었고, 이를 2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키로 했다.
한수원 퇴직인력 중 고급 인력을 중소기업에 일대일로 소개해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돕는 ‘테크노 닥터’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확대를 위해 발전소별로 이른바 ‘중소기업제품 구매 상담회’를 열어 마케팅 활동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행사는 기계와 전기 등 분야별로 상담부스를 마련한 뒤 중소기업과 구매담당자 간 거래를 성사토록 하는 제도다.
올해 초 실시한 상담회에서는 총 200억 원의 구매실적을 달성해 하반기부터는 이를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 한수원의 방침이다.
사회공헌 활동도 마련했다. 한수원은 서민생활 안정 지원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민생활안정 지원대책반’을 구성한 것.
이와 함께 한수원은 원전건설 시공사 및 정비업체 등 협력회사와 합동으로 사랑의 집수리, 태풍피해 예방복구, 중장비 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마련했다.
4개 원전본부 지역별로 실버타운과 복지회관 등 노인 요양시설을 잇따라 짓고 청소년 아동센터 등 지역 복지시설 운영지원에도 주력해 나갈 방침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며 “하반기에 실천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해 녹색산업 선두기업 이미지를 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