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파기환송심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9일 삼성SDS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다시 재판을 받기 위해 9개월 만에 서울고법에 출석했다. 대법원은 5월 이 전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주당 7150원)에 발행한 뒤 아들 이재용 씨 등에게 사도록 해 회사에 1540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BW의 적정 가치를 재산정해 손실액을 정한 뒤 유무죄를 다시 따지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 심리로 열린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조준웅 특별검사는 이 전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3000억 원을 구형했다. 특검은 “삼성SDS의 BW 행사가격은 당시 비상장주식의 장외거래 가격 등에 비춰 주당 5만5000원으로 피해액은 1539억 원에 달한다”며 “다른 방식으로 아무리 낮게 피해액을 산정해도 피해액이 300억∼525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BW의 적정 교환가치를 주당 9740원으로 산정해 피해액이 50억 원을 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免訴) 판결했고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SDS BW의 주당 가치는 측정 기관마다 최저 6800원대에서 최고 5만5000원까지 다양할 정도로 논란이 크다”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가 입증돼야 하는 형사사건에서 특검은 주관적 가치 평가로 피고인에게 죄책을 묻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후하게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이사와 박주원 전 경영지원실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이 구형됐다. 선고는 8월 14일 오전 10시.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