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드리는 순간, 짧은 팔로 무사시의 허리를 감싼 글라슈트가 무사시 위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가격을 하고 있습니다. 무사시의 오른쪽 머리를 계속 가격하는 글라슈트! 무사시, 두 손으로 글라슈트의 등을 찍어 누르지만, 글라슈트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펀치를 날립니다."
허리가 잘려나간 로봇이 상대 로봇에게 매달려 주먹질을 하며 울부짖는다. 이보다 더 처절한 순간도 있을까. 누가 보더라도 글라슈트는 격투기 룰에 따라 훈련한 대로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 아니었다. 감정이 듬뿍 담겨 무사시의 머리를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렸다. 정훈일 캐스터와 크로캅 위원의 중계도 흥분을 넘어 광분으로 치달았다.
"글라슈트, 무시무시하게 주먹을 내리 칩니다. 정말 미친 듯이 공격하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글라슈트와 무사시, 무사시와 글라슈트의 악연을 완전히 끊어버릴 듯 덤비는군요."
관객도 차분한 관람 태도를 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그들은 삿대질을 하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네, 4강전에서 보였던 이상행동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정말 저 연속 펀치도 최볼테르 팀이 프로그램한 걸까요. 글라슈트 벤치 쪽은 지금 뭘 하나요? 이상행동이라면 기권 하고 빨리 경기를 중단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너무너무 험한 꼴을 우리가 볼 수도 있겠네요."
"정말 이상한 상황입니다. 글라슈트의 머리를 좀 보세요! 무사시에게 펀치를 가하는 동안, 계속 자신의 머리도 오른쪽으로 꺾습니다. 보이세요, 지금? 2-3초에 한 번 씩 머리와 목을 오른쪽으로 꺾는 동작을 반복하잖아요. 이것까지 프로그램 됐을 리가 없지요. 기계 오작동이 분명입니다."
"네, 제가 보기에도 뭔가 UIC 칩이나 칩들 간의 회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글라슈트, 엄청난 충격의 결과 기계오작동을 일으키며 엉뚱한 동작을 반복하는데, 벤치는 기권할 생각을 안 하네요. 승리에 대한 집착이 그만큼 큰 걸까요?"
중계 카메라가 글라슈트 벤치 쪽을 잡았다. 볼테르가 연구원들을 노려보며 물었다.
"저건 뭐지? 글라슈트가 왜 오른쪽으로 머리를 계속 꺾는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글라슈트가 오늘따라 정말 이상합니다. 뭔가 단단히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
보르헤스가 답했다.
"제, 제어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큰 일입니다."
세렝게티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볼테르는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집어 들어 던지려다가, 겨우 다시 제 자리에 놓았다. 만에 하나 우승을 거둔다면, 줄줄이 로봇공학 관련 연구자와 사업가들을 만나야 한다. 다시 앵거 클리닉을 다닐 수는 없다.
"오른쪽 얼굴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너덜거리면서, 무사시, 비틀거립니다. 거의 앞을 못 보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조금씩 몸체가 무사시의 허리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글라슈트. 이제 거의 가슴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미친 듯이 펀치를 날리는 글라슈트. 비틀거리는 무사시! 아, 위기입니다. 무사시, 위기!"
쿵! 2.7톤이 넘는 무사시가 바닥에 쓰러졌다.
"앗, 이 신호는 뭔가요? 결국 '데스 시그널'을 발생하고 마네요. 그럼 결승전은 글라슈트의 승리로 끝나는 건가요? 글라슈트, 이번 '배틀원 2049' 우승 로봇입니다."
"무사시, 비틀거리다가 결국 바닥에 쓰러지는데요. 무사시의 상체에 매달렸던 글라슈트도 함께 나뒹구네요. 정말 잔인한 경기입니다! 배틀원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난폭한 경기입니다!"
격투 스테이지는 피바다를 방불케 할 만큼 떨어져나간 부품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머리가 셋, 팔다리가 여덟 개나 되는 아수라가 모여 노는 난장판처럼, 격투 스테이지에는 널브러진 다리 조각, 무사시의 얼굴 조각, 글라슈트의 하체, 수많은 부품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글라슈트의 우승이 확정되자, 볼테르가 격투 스테이지로 달려나가 글라슈트의 팔과 머리를 끌어안았다.
"잘 싸웠다, 글라슈트. 넌 정말 대단해!"
민선과 세렝게티와 보르헤스도 바닥에 처참하게 쓰러진 글라슈트를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관객도 경기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모두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고 로봇들에게 때론 격려를 때론 야유를 보냈다.
쾅!
갑자기 거대한 파열음이 들리더니, 경기장 중앙 왼쪽 관객석에서 폭탄이 터졌다. 사람들이 객석에서 튕겨 나가 떨어졌다. 연이어 쾅! 쾅! 경기장 오른쪽 상단 관객석에서도 폭탄이 터졌다.
"이건 또 뭐야?"
생태주의자들의 테러였다! 다시 아수라장이 된 경기장.
"세렝게티, 보르헤스, 빨리 노 박사 데리고 피신해. 아무래도 오늘 시상식은 못 할 것 같아. 우선 피하고 보자."
관람석에 있던 관객들이 재빨리 출구로 몰리면서 장내는 더욱 아수라장이 됐다. 아수라 백 마리는 족히 넘는 난장판이었다. '배틀원 2049'는 처참하게 끝났다. '박수 받는 승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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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퀴즈 대잔치!
동아일보 인기 연재소설 『눈먼 시계공』의 비밀을 밝혀라!
2049년 여름 서울특별시 한복판에서 로봇격투대회와 함께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다룬 소설 『눈먼 시계공』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 소설의 제목은 왜 '눈먼 시계공'일까요? SF소설은 '현재를 위한 상상력 우화'! 동아일보가 여러분의 발칙한 상상력을 기다립니다.
살인을 저지른 후 뇌만 쏙 꺼내 가는 소설 속 연쇄살인범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죽은 자의 뇌를 분석하여 전전두엽에 저장된 단기기억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대뇌수사팀, 과연 그들은 범인의 실체를 벗겨낼 수 있을까요? 『눈먼 시계공』의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소설 제목이 '눈먼 시계공'인지 여러분의 논리적인 추리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원고지 10매의 간단한 에세이로 보내주세요.
『눈먼 시계공』의 저자 김탁환, 정재승 선생이 직접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을 읽고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합니다. 범인을 정확히 맞추고 '눈먼 시계공'의 의미를 제대로 짚은 분께 최우수상의 영예가 돌아가겠지만, 설령 저자들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근사한 과학적 추리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주신 분들께 우수상의 영광을 드립니다.
원고 마감: 2009년 8월 21일 금요일 밤 12시까지
원고 제출 방법: 한글(HWP)파일로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으로 작성하신 후 glashutte49@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실 때 반드시 이름, 주소, 핸드폰 번호, 이메일 주소 등도 함께 적어 보내주세요.
수상자 발표: 2009년 9월 30일 수요일 (연재 마지막날)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최우수상(1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디자인 특별판 1질(10권)
우수상(10명): 김탁환의 『열하광인 상, 하』 (5명)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 1, 2』 (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