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 사진
‘가고파’ 작곡… 우리음악 찾기 한평생
가곡 ‘가고파’의 작곡가로 유명한 김동진 예술원 회원(사진)이 3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평남 안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교회에서 서양음악을 접했고, 평양 숭실중에 진학해 바이올린과 피아노, 화성학, 작곡을 공부했다. 1931년 중학생 때 첫 작품인 ‘봄이 오면’(작시 김동환)을 완성하고, 1932년 숭실전문학교에 들어간 뒤 이듬해 국민의 가슴속에 남을 ‘가고파’(작시 이은상)를 작곡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고인은 일본 니혼고등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1939년 중국 만주의 신경교향악단에 입단해 제1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했다. 6·25전쟁 때 서울에 정착해 서라벌예술대, 경희대 교수를 지냈다.
그러나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양에서 기독교 집안이라는 이유로 숙청돼 음악 활동을 못한 적이 있고, 남한에 내려와서는 북에서 왔다는 이유로 심한 텃세에 시달렸다. 그의 작품이 육군가 공모에서 당선됐을 때는 텃세와 질투 때문에 모함을 받아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고인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생에 걸쳐 우리 음악 찾기에 골몰했다. 서양 것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우리 음악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만주에서 활동하던 시절(1939∼1945년)에는 판소리를 오선보에 기록했고, 1950년대에는 국악과 양악을 함께 연주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국악을 결합한 그의 활동은 ‘신창악 운동’으로 결실을 본다. 고인은 자신의 오페라 작품 ‘심청전’ ‘춘향전’을 신창악이라고 불렀다.
가곡 ‘목련화’ ‘내 마음’ ‘수선화’ ‘초혼’ 등을 남긴 고인은 국민훈장 모란장과 3·1문화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은관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신영(사업), 신원 씨(경희대 교수)와 딸 신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경희의료원이며 발인은 3일 오전 7시 반. 02-958-9649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