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심각한 과외망국병 수준에 와 있는 듯하다. 내 또래 대부분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학원을 전전하며 생활한다. 과외비가 너무 비싸고, 대학입시전형은 복잡하고, 가족들은 스트레스 속에 살다 보니 한국에서의 대입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당사자의 체력, 아버지의 무관심, 동생의 인내력’으로 결정된다는 말도 있다.
나는 과외에 의지하는 것이 싫어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경남 거창고로 진학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실력이 퇴보하고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시골생활에 대한 불안감…. 하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환경 속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도시에서 과외하는 학생과 학원을 단속하기보다 이런 고교생활을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위해 대입에서 농어촌 혜택의 트랙을 둘로 만들면 어떨까. 기존의 지역균형이나 농어촌 특례는 가족의 거주지가 시골이어야 한다. 가족이 농어촌에 함께 거주하지 않는 군 단위 지역의 고교생에게도 추가로 혜택을 주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국 학부모들의 열성으로 볼 때 최소한 1만 명의 대도시 학생들이 군 단위 지역 고교로 진학을 할 것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사람들이 찾아오고, 시골 고등학교를 모교로 갖게 되는 청년들이 많아지게 된다. 군 소재 고교당 학생정원의 5% 이내에서 교장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이런 트랙에 지원할 수 있게 해주면, 일부 입시 위주의 전사(戰士)를 키우는 시골 학교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탈출구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도시지역에서 과외를 단속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수요가 강렬한데 공급지점만 끊는 것은 거래를 음성화시킬 뿐이다.
이휘영 거창고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