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우리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때도 있고 경쟁심을 유발시키기는 순기능 역할도 하지만 거의 정기적으로 역사 왜곡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로 우리의 신경을 건드린다.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스포츠계나 야구계도 광복절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스포츠계나 야구계가 예전엔 일본을 이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세계 챔피언을 노리면서 일본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 일본의 잔재는 많이 남아있고 특히 언어, 용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음은 유감스럽다.
식당에서 ‘앞 접시’가 아니라 ‘앞 사라 주세요’라는 말을 아직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승부(勝負)를 쇼부로, 회를 사시미로 말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얼마 전 한 대학 총장님을 만나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 가운데 필자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경청하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본말의 뿌리 중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일본어가 아주 많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어 가사(笠)는 갓, 사라(皿)는 사발, 가와라(瓦)는 기와, 쵸이나 쵸이나는 좋구나 좋구나, 토보토보는 터벅터벅, 이랏샤이는 이리오이소, 가고시마 방언인 갓츠이는 같이 등 수많은 일본어의 뿌리가 우리나라에서 건너갔다는 사실이었다. 국력과 시대적 환경에 따라 언어의 역류, 재역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야구계는 어떤가. 야구 용어를 일본식에서 우리 것으로 바꾸거나 제대로 된 원어로 풀어주기 시작한 지도 28년째 되고 있다. 82년 프로야구 원년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무릅쓰고 볼넷(포볼), 몸에 맞은 공(데드볼), 태그업(온더베이스), 언더핸드(언더스로), 사이드암(사이드스로) 등 많은 야구 용어를 나름대로 정립하면서 아나운서, 담당 PD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기억이 새롭다.
당시 일본의 역사왜곡으로 나라가 들끓었던 때였고 야구용어만큼은 바로 잡자고 작정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그러나 미국서 유래된 야구를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이 아닌 스리볼 투스트라이크로 해야 할지, 의미가 상충되는 투수의 방어율을 평균 자책점으로 통일시킬 것 인지 등 몇몇 용어와 어순은 야구계와 국어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언어를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일본어를 외래어로 알거나 우리말인줄 알고 사용해선 안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 주변에 나도는 전단지를 찌라시(散)라고 쉽게 말하는 것처럼….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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