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맘때 일이다. 오리온스 심용섭 단장이 새로 구단을 이끌게 됐다.
당시 취재진과의 상견례에서 그는 모기업의 규모까지 거론하며 이례적으로 ‘뒷돈 불가’를 강조했다. “우리 회사는 재계 서열이 70위 안팎으로 작다 보니 뭘 하든 관심이 없을 정도다. 농구단을 운영하면서 뒷돈 같은 건 절대로 쓸 수 없다.”
하지만 심 단장이 부임하기 직전 김승현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이미 5년 동안 총액 규모 52억5000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이면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상태였다. 그 때문에 김승현의 몸값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후 김승현은 잦은 허리 부상과 자기관리 소홀로 부진에 허덕였다. 한때 2001년 입단 후 팀을 곧바로 정상으로 이끌었던 그를 ‘영원한 오리온스맨’으로 여기며 애지중지하던 구단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이 시기에 오리온스는 감독 두 명이 시즌 도중에 사퇴했다.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친 뒤 김승현을 그 주범으로 지목하는 듯 격하하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결국 김승현과 오리온스는 올 시즌 연봉 재계약을 둘러싸고 거짓말 공방과 흙탕물 싸움을 벌였다. 지난주 한국농구연맹(KBL)의 징계가 양측에 내려졌다. 그 수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리온스는 앓던 이로 여기던 김승현의 연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BL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곪아 터질 수밖에 없었던 이번 사태는 구단, 선수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돈보다는 명예와 신뢰를 잃는 게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라고 한다. 새삼스러운 교훈이라도 얻어 달라진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