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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를 읽고]오예림/ICC 의장직 포기는 인권위의 임무 포기

입력 | 2009-08-05 02:56:00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차기 의장직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1일자 6면). ICC는 전 세계 국가인권기구를 대표하는 단체로 한국은 올해 선출되는 ICC 의장국의 유력한 후보였다. 인권위의 결정은 세 가지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선 내부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권위를 좌지우지하던 소위 진보 성향의 인사들은 신임 위원장이 인권 관련 경력이 없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취임을 반대했다. 실질적인 반대 이유는 신임 위원장이 소위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인권의 보편성 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준다. 인권은 인간이 인간이므로 당연히 갖는 천부의 권리로서 국경에 관계없이 관심과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 ICC 결성도 인권의 이 같은 국제적 성격을 반영한 결과인데 인권위는 ICC 의장국이 되어 국민에게 인권의 보편성을 알릴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셋째,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한 듯한 정황이 보인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은 정부의 인권위 축소와 새 위원장 임명에 대한 반발의 뜻으로 의장직 포기라는 카드를 사용했다. 인권위의 정치적 성향은 전에도 꾸준히 지적됐다.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인권위는 북한을 자극해서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댔다. 인권을 정치의 하위개념으로 인식하는 인권위라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500명이 넘는 국군 포로들이 북한에서 어떤 처우를 받는지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이 6·25전쟁 종전기념일에 조기를 게양하면서 전쟁 포로를 비롯한 전쟁 피해자를 기억하는 행사를 가져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인권위의 자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예림 대원외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