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사용… 교과부, 10가지 객관성 주문
北 어두운면도 서술… 좌편향 논란 기존 내용 수정
연구자들간 해석 다를 경우 학계 정통학설 수록
《2011년부터 중고교에 새로 도입되는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서술을 객관화하는 내용을 담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을 4일 공개하고 서술 방향을 제시했다. 개정 교육과정은 국사와 세계사 과목을 2011년부터 ‘역사’로 합쳐 중2∼고1 과정에서 배우도록 하고 있다. 교과부가 공개한 집필 기준안의 특징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내용을 강화하고, 건국과 발전 과정에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다. 집필 기준은 교과서 집필진이 교과서를 만들 때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전반적인 지침을 정한 총론 성격의 ‘서술 방향’과 시대별 서술에서 지켜야 할 점을 정리한 각론이 담겨 있다.》
○ 객관성 강조
제시된 서술 방향은 10가지로 교과부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을 주문했다. 연구자들 간에 해석을 달리하는 내용일 경우 학계에서 널리 인정하는 이른바 ‘정통’ 학설을 쓰도록 했다. 특정 이념이나 역사관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게 서술하도록 했다. 또 주체적인 발전 과정을 중시하며, 민족사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갖도록 할 것을 제시했다.
교과서의 특성을 감안해 학문적 접근과 아울러 교육적 관점도 고려해 서술하도록 했다. 학문적 교육적 이념적으로 논란이 많은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에 대한 평가보다 객관적인 사실 중심으로 서술하도록 했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 경우에는 각각의 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균형 있게 제시하도록 했다.
○ 대한민국 정통성 강화
시대별로 유념해야 할 사항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이 집중됐던 3·1운동 즈음과 건국 이후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에 해당하는 시기의 주된 내용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서술 강화 △이승만 정권의 긍정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서술 △대한민국이 성취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서술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도 함께 서술 등이다. 이는 지난해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종을 심의한 뒤 제시한 ‘서술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지는 민족운동의 역사는 현재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음을 지적한다’는 문구가 신설됐다.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제국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통성 있는 국가임을 설명한다’ ‘유엔의 결의에 따른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유엔에 의해 합법 정부로 승인되었음을 강조한다’는 내용도 생겼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존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비판적으로 다뤄졌던 농지개혁과 친일파 청산 노력도 서술하도록 했다.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명확히 서술하도록 했다. 이승만 정부에 대해서는 정부 수립에 기여한 긍정적인 면과 독재화에 대한 비판적인 점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라고 제시했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발전시켰음을 기술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서술하도록 했다.
북한 사회에 대한 서술 기준도 자세히 담았다. 북한의 주체사상 및 수령 유일 체제의 문제점, 경제 정책의 실패 등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도 서술하라고 명시했다. 특히 북한의 자료를 인용할 때 체제 선전적인 자료 사용에 신중을 기하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담았다.
○ 집필 기준 맞춰 검정 통과해야
이번 집필 기준은 사실상 지난해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틀이 잡힌 것이다. 옛 교육부가 2000년에 만든 ‘국사교육 내용 전개의 준거안’과 비교해보면 국가 정통성, 국가 발전에 대한 자긍심, 북한 서술의 객관성 등이 강조됐다.
국정 체제인 국사교과서와 달리 역사 교과서는 검정 체제다. 역사교과서를 출간하려는 출판사는 교과부의 집필 기준에 따라 교과서를 만든 뒤 교과부의 검정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집필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념 편향 논란은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기준에 부합해 검정을 통과하는 역사교과서는 2011년부터 중학교 2학년과 고교 1학년, 2012년부터 중학교 3학년이 사용하게 된다.
한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정통성 부분 등에 대한 집필 기준 없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금성출판사, 법문사,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천재교육 등이 만든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정부 수립의 의미를 폄하했다’는 이유로 수정 권고를 받았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