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대표팀 내달 올림픽 준비 구슬땀
“보경아, 왼발로 차! 왼발!”
이재봉 코치(49)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보경(18)은 계속 오른발로만 찼다. 소리를 지르던 이 코치는 선수에게 다가가 왼발로 차는 시늉을 하며 잘못된 동작을 지적했다. 이 코치가 하는 말을 옆의 수화봉사자가 수화로 전달했다. 그제야 이보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왼발로 차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발차기 훈련을 마치자 이 코치는 두 팔을 벌렸다 오므리며 숨을 들이쉬는 몸짓을 했다. 선수들은 이 코치를 따라했다. 이어 이 코치가 손으로 커다란 네모 모양을 그리자 두 명이 달려가 네모난 샌드백을 가져왔다. 이 코치가 선수들을 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켰다. 집중하라는 표시였다. 이 코치는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3연속 발차기를 시작했다. 선수들은 코치의 동작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 코치가 두 번 손뼉을 치자 선수들은 재빠르게 자세를 잡고 방금 봤던 발차기를 따라했다. 선수들이 입고 있는 하얀 티셔츠는 땀으로 젖어 속살이 비쳤다.
농아태권도대표팀은 요즘 서울 송파구 오륜동 한국체대 승리관 태권도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재균(35) 임대호(33) 김민재(22) 이보경 배이슬(17)로 구성된 대표팀은 다음 달 5일부터 보름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21회 국제농아올림픽대회(데플림픽·deaflympics)에 출전한다. 6월 22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이들은 숙소가 없어 주변 모텔에서 지낸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원래 7명이었던 대표팀에서 2명이 제외됐다.
5세 때 열병으로 농아가 된 주장 정재균은 중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장애인들과 겨룬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딴 것도 수차례. 평소에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비장애인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는 “나는 농아이기 때문에 태권도를 할 때 주위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임대호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제13회 국제농아인무술대회에서 1등을 했다. 많은 대회에 자비를 들여서 출전하는 그는 “내 발차기가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했다. 그의 왼쪽 가슴에 달린 태극마크는 흠뻑 젖어 있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김유림 인턴기자 고려대 국문학과 4학년
최준호 인턴기자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