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조정권한 지자체 이양
입점정보 지역상인에 제공
앞으로 대기업 슈퍼마켓(SSM)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지역 상인들은 대기업의 입점예정 정보를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중소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SSM의 기존 상권 진출은 훨씬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4일 “기존 아스콘, 레미콘 업종과 더불어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해 시도지사가 사업조정 권한을 갖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소유통업 단체의 요청이 들어오면 이들에게 대기업의 시장진출 정보를 제공하는 ‘사전조사신청제’도 도입했다. 고시 개정안은 5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시장진출로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는 지역상인들이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시도지사가 구성한 ‘사전조정협의회’가 조정 작업에 나서게 된다. 사전조정협의회는 지방 중기청장을 포함해 시도지사가 임명한 지역 경제 전문가 등 10명 이내로 구성된다. 지자체는 협의회를 통해 SSM의 영업시간과 점포면적, 취급품목 등을 상호 협의에 따라 폭넓게 제한할 수 있다. 또 지자체는 사업개시 연기 또는 품목축소 권고, 이행명령, 자료제출 요구 및 조사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지자체 조정이 실패하면 현행대로 중기청 사업조정심의회가 법적 강제력이 있는 ‘사업조정 권고’를 내릴 수 있다.
중기청은 “지역 사정에 밝은 지자체장이 사업조정에 나서면 정확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업조정 권한의 지자체 이양으로 SSM 사업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자체가 내년 선거를 의식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SSM 진출을 계기로 불거진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의 갈등을 해소할 뾰족한 방안이 현재로선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품목 및 영업시간규제, 허가제 등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커 합의가 도출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에서 추가로 SSM을 여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SSM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육성해온 홈플러스와 롯데슈퍼는 추가 입점지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설도원 홈플러스 전무는 “지역적으로 SSM이 필요한 곳이나 신도시에 우선적으로 들어가겠지만 저항이 많은 곳은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체인스토어협회 이승한 회장(홈플러스 회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SSM 논란이 대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의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른 시일에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