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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현장속으로] 2년만에 전국매치…‘길거리 농구’가 부활한다

입력 | 2009-08-05 08:39:00


52개팀 치열한 예선…9일 서울광장 빅뱅, 덩크쇼·치어리더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

한 개의 골대만 놓인 하프 코트.

이 좁은 공간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흑인 아이들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났다. 가난과 범죄에 찌든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얼굴은 행복했다.

더 많은 땀방울이 목덜미를 훑고 떨어질수록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대형 길거리 농구대회 형식으로 열린 최초의 대회는 1946년 뉴욕 시 공원 관리인 홀컴 러커가 155번가 공원에서 연 러커파크 서머리그로 알려졌다. 그는 할렘 지역 아이들을 위해 농구 토너먼트를 열었는데 이후 매년 여름 이 대회가 계속되면서 길거리 농구는 인기를 모았다.

형식과 인원은 상관없었다. 볼과 골대, 상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했다. 길거리 농구에 참가한 아이 중 일부는 프로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기도 했다. 지는 팀은 바로 나와야 하지만 이기는 팀은 코트를 뺏기지 않고 계속해서 경기할 수 있는 이른바 ‘밀어내기’ 방식의 산물이다. 아이들은 코트에서 계속 플레이하기 위해 더욱 집중해 실력을 쌓았고, 그 결과 서바이벌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일부 아이들은 월등한 기량을 체화했다.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길거리 농구 대회가 국내에서 부활한다.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3일 간 열리는 ‘2009 King of the 3on3(킹 오브 더 스리 온 스리)’가 그 것이다. 스포츠동아와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KBL, WKBL, 전국농구연합회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에는 국민생활체육회 산하 전국농구연합회에서 추천받은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각 16개팀, 여자부 4팀 등 총 52개 팀이 참가한다.

2007년 아디다스 길거리 농구대회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전국 규모 대회 소식에 길거리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때 전국을 뜨겁게 달구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긴 길거리 농구 대회가 프로농구 인기의 하강 곡선과 함께 거의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길거리 농구는 다시 한번 부활을 꿈꿀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농구연맹(KBL) 전육 총재는 “국내 최대의 3on3 대회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서 치열한 예선

예선은 7∼8일 이틀 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다. 오전 10시 예비소집을 갖는 48개 팀(여자부 제외)은 오전 11시부터 예선전을 벌인다. 예선은 A,B,C,D 4개조로 나눠 전,후반 각 5분 씩 진행한다. 대학/일반부는 7분 씩 경기. 휴식 시간은 1분이다. 무승부일 경우 자유투로 승패를 가린다. 각조 1위 팀은 8강이 겨루는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조별 예선에서 1경기 패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조별 패자 부활전에서 1위를 하면 8강전에 진출할 수 있다. 둘째 날인 8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예선 각조 1위와 패자부활전을 통과한 1위 팀이 8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경기 사이사이 마련한 부대 행사도 다채롭다. 낮 12시와 오후 5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KBL 농구선수 클리닉 및 포토타임이 열린다. 낮 타임에는 울산 모비스 농구단, 오후 타임에는 KT 농구단이 나와 각 코트를 돌면서 슛, 리바운드, 드리블 등에 대한 기술을 알려준다.

오후 5시에는 각 부문별 4개 팀이 참가하는 하프라인 팀 슛 이벤트도 있다.

○최후의 승자는 서울광장에서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날인 9일이다.

무대도 서울광장 특설코트로 이동한다. 뻥 뚫린 야외에서 길거리 농구의 진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각 부별 4강전과 결승전에서 벌어질 불꽃 튀는 경기는 무더운 여름밤의 더위를 식혀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벤트는 더욱 강력하다. 대학/일반부 결승을 제외한 여자부, 중등부, 고등부 결승전을 모두 치른 오후 6시 서울광장을 찾은 농구팬을 즉석에서 선발해 ‘힙합 후퍼’ 이선우와 벌이는 1대1 매치를 시작으로 3점 슛 콘테스트, 덩크 콘테스트 등 쟁쟁한 볼거리를 이어 낸다.

경기와 이벤트 사이 벌어지는 치어리더 공연도 볼 만 하다. 늘씬한 외모의 치어리더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율동은 대회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오후 7시30분부터 열리는 아크로배틱 매직 농구단 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트램폴린을 이용한 재미난 덩크슛 묘기로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오후 8시 대회의 백미인 대학/일반부 결승전으로 우승자를 가린 후 이어지는 우리은행 농구단과 연예인 농구단 ‘더 홀(The Hole)’의 경기까지 시선을 뗄 수 없는 행사가 계속된다.

오후 9시에는 각 부문별 시상식이 펼쳐진다. 우승팀에게는 트로피와 꽃다발, 200만원 상당(여자부는 50만원)의 스포츠상품권이 주어진다. 준우승팀도 트로피와 꽃다발, 100만원 상당의 스포츠상품권을 받는다.

이길상 기자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