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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의 音談패설] 스물일곱 여가객 박민희의 ‘사랑거즛말이’

입력 | 2009-08-05 19:04:00


스물일곱 꽃다운 처녀가 노래를 한다.

사랑노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열다섯 곡을 부른다.

8월 11일 서울 남산국악당 무대에 서는 스물일곱 처녀는 박민희란 이름을 가졌다. 국립국악고등학교와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했고,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의 전수장학생으로 지정됐다.

박민희가 부를 노래는 가곡이다. 그 중에서도 옛 여인들의 노래다. 지금이 아니면 부를 수 없는 노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딱 스물일곱 만큼의 사랑 노래를 부르겠다’라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우리 가곡이다. 서양 클래식의 가곡이 아닌 옛 우리 노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다.

흔치 않은 국악 공연 중에서도 가곡은 더욱 희귀하다. 요즘 말로 ‘레어템’이다.

가곡 한바탕을 듣는 기회는 결코 흔치 않다. 2007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이아미가 부른 게 처음이니, 이번 박민희가 두 번째 도전이다.

하지만 ‘사랑’ 가곡만으로 한바탕을 꾸미기는 이번이 최초다. 게다가 가곡계로서는 최연소 독창회다. 장장 두 시간에 달하는 노래의 대장정을 작정하고 있는 그녀를 누가 어리다고 할 수 있을까.

박민희는 ‘초대 혹은 고백’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가곡은 노래입니다. 그렇게 고상하지도, 어렵지도, 별나지도 않은 그저, 노래입니다. 흔해빠진 사랑노래, 가곡도 합니다. 그런데 무슨 노래가 이토록 듣기 어렵냐구요? 사랑을 기다리던 마음으로 찬찬히 노랫말을 기다려 보세요. 아마, 들릴 거예요. 사랑을 노래하던, 그리움을 노래하던, 이별을 노래하던, 기다림을 노래하던 당신의 마음이 가곡의 느짓한 떨림을 빌어. 저는 오늘 그냥 노래하고 싶습니다. 기다란 사랑노래를 말입니다.”

박민희의 글을 읽고 그녀에게 글을 보냈다. 그녀는 기자의 궁금함에 답글을 정성껏 달아 보내왔다.

Q. 가곡이란 어떤 노래입니까?

A. 가곡은 시조를 관현의 기악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입니다. 가곡이란 말 자체가 성악곡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의 가곡은 우리나라 성악곡 중에서도 특정한 장르를 지칭합니다.

가곡은 다른 성악곡과 달리 남녀의 노래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제가 부를 가곡은 여성이 부르는 ‘여창가곡’입니다. 우리 가곡에는 남창 26곡과 여창 15곡이 있습니다.

선율을 구성하는 선법에 따라 평조와 계면조, 평조-전-계면조로 분류되는데, 이 곡들은 각기 선율 변화형이 있고, 각 변화형에 별도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가곡은 1950년대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Q. 공연 주제인 ‘사랑거즛말이’이란 무슨 뜻인가요?

A. 이번 공연은 사랑을 소재로한 노래만을 선곡해 한바탕을 구성했습니다. ‘여창가곡 한바탕’이라 함은 여창가곡 15곡 전곡을 연달아 부르는 연주방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전승이 잘 되어진 가곡들로만 구성된 한바탕만이 불리고 있지요. 따라서 특정 주제에 의해 구성된 이번 가곡 한바탕 공연은 기존의 가곡 한바탕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랑거즛말이’는 공연 프로그램 중 여덟번째 곡인 계면조 평거의 노랫말이기도 한데요. 15곡 전 곡의 모든 노랫말을 이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어요. 거짓말같은 사랑, 자신을 속이는 사랑, 아무도 모를 마음, 속고 또 속아도 여전히 다시 시작되는 사랑, 그 거짓말같은 마음, 그 모든 마음들을 담고 있는 말이 ‘사랑거즛말이’입니다.

새로운 여창가곡 한바탕을 구성하는 당돌한 행위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대의 제가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마음은 사랑뿐이었지요. 스물일곱살 이 순간 그대로, 저의 사랑과 삶을 제 사랑이자 삶의 노래인 ‘가곡’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Q. 공연에서 부를 열다섯 곡 중 대표적인 노래가 있다면요?

A. 역시 공연제목이기도 한 ‘사랑거즛말이’를 노래하는 계면조 평거가 있겠지요.

사랑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꿈에와 뵈단말이 긔더욱 거즛말이

날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

사랑은 거짓말입니다. 님 날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꿈에 와서 보고 하시는 말씀, 그 더욱 거짓말입니다.

오늘같이 잠이라도 오지 않으면, 어느 꿈에서나 뵐 수 있을까요.

이 외에 마지막 곡인 ‘태평가’도 있습니다. 태평가는 어떤 곡으로 한바탕을 구성한다고 해도 마지막에 반드시 들어가는 곡입니다.

시만 보면 요순시절의 태평성대를 꿈꾸는 가사지만 사랑노래를 한바탕에 걸쳐 노래한 후의 태평가는 사랑 후에 남겨진 고독함이 담아지더라고요.

모든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지요. 자꾸 어렵게만 보시는 전통음악도 다를 것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대대로 내려온 소중한 전통음악이라기 보다는, 그저 박민희의 사랑노래라고 말이죠.

8월11일 7시30분|서울 남산국악당|문의 02-399-1114~6

일반 2만원, 청소년 1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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