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구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애가 달았다. 미국은 두 달 후 뱅가드 로켓을 쏘아 올렸으나 발사 2초 만에 1단 로켓이 발사대에 주저앉으며 폭발했다. 이듬해에 가서야 미국은 익스플로러호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은 1966년부터 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다 1970년 다섯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우주 개발의 역사는 이처럼 실패로 점철돼 있다.
▷우리가 나로호(KSLV-I)를 성공시키면 세계에서 10번째로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즉, 자국(自國) 인공위성을 자국 로켓으로 자국 기지에서 발사해 성공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북한은 사실상 미사일인 로켓을 발사했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에 10번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보다 먼저 우주개발에 열의를 보였던 브라질은 1997년, 1999년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실패했고 2003년엔 발사 예정일을 사흘 앞두고 우주센터에서 액체연료 탱크가 폭발했다. 한국에서 나로호 발사가 연기되는 사이에 이란이 올해 2월 발사에 성공해 세계 9번째 스페이스클럽 가입 국가가 됐다.
▷11일로 예정됐던 나로호의 발사 일정이 또 불투명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발사 성공률이 27%에 불과해 발사 여부보다는 성공 여부가 훨씬 중요한 만큼 발사가 연기되는 것 자체는 별 상관이 없다. 문제는 발사 연기가 매번 기술협력 국가인 러시아의 돌발 변수 때문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2단(상단부) 로켓은 준비가 완료됐는데 러시아가 맡은 1단(하단부) 로켓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견된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우리가 기술 파트너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었다. 미국은 기술 이전을 거부했고 프랑스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했다. 미국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순항미사일 개발 경쟁을 벌였던 러시아는 우주개발 종주국임을 자부한다. 1단 로켓을 만드는 흐루니체프사도 과거 ICBM을 만들던 군수공장이었다. 우리 기술 수준에서 1단 로켓을 사오는 것은 불가피했지만 명확한 발사 일정을 약속하지 않은 게 아쉽다. 많은 돈을 내고도 러시아에 질질 끌려다녀서는 곤란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