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장관이라 부를 만 하다. 둘레 3km, 면적 33만m²의 부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백련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전남 무안군 복용리에 위치한 회산백련지(061-285-1323)는 원래 저수지였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처럼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가 됐을까.
유래는 이렇다. 인근 마을 주민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12주를 구해다 심었는데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았고, 이 모습이 백련이 피어있는 모습과 비슷해 이후 열과 성을 다해 가꾼 결과가 회산백련지를 만들었다는 거다.
○한없이 펼쳐진 백련에 반하다
이유야 어쨌든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푸르른 연잎이 끝없이 펼쳐진 현재의 모습은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하얀 연꽃은 백미. 이 곳 백련은 다른 곳에 비해 잎이 크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잎을 따서 우산으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 연잎은 수막 효과가 있어 물을 또르르 흘러내리게 한다. 잎의 굴곡을 따라 송골송골 맺힌 빗물은 백련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한다.
무안 백련은 잎 끝이 분홍색을 띄는데 이 또한 매력을 강조한다. 한없이 펼쳐진 흰색이 자칫 줄 수 있는 지루함을 없애고, 다시 한번 시선이 가게 만든다.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은 7월부터 9월 사이 꽃을 피운다. 그런데 한번에 피는 게 아니다.
이 기간 동안 피고 지는 과정을 반복해 아름다움을 계속 발한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조형물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특히 애니메이션 ‘개구리 소년 왕눈이’의 캐릭터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왕눈이가 사랑한 소녀 아롬이가 푸른 연잎 사이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요염하게 누워있는 모습은 어린 시절 TV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성인에게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4인이 탈 수 있는 탐사보트를 타고 백련 사이를 탐험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노를 직접 저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한 사람만 고생하면 나머지 사람은 즐겁다.
중국 명나라 때 본초학자 이시진이 엮은 약학서 본초강목에 따르면 연잎은 병을 물리치고, 장수하게 한다. 연잎의 효능은 그만큼 뛰어나다.
무안에 들르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연 요리 먹는 일을 꼽는 것도 그래서다. 연잎으로 만든 연쌈밥은 기본이다. 여기에 연돈가스, 연수육, 연골뱅이 무침, 연잡채, 연근조림 등 다양하게 개발된 연 요리는 보는 즐거움에 먹는 행복함까지 더한다. 심지어 연잎을 넣어 만든 연맥주도 있다.
연음식 전문점 ‘하늘백련브로이’의 김행연 실장은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연 요리를 무안에서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갯벌에서 아이들과 생태체험해요
무안의 또 다른 볼거리는 갯벌이다. 무안갯벌은 2001년 전국 최초 연안습지보호구역이 됐고, 지난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자연의 원시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갯벌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이로울 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쉬고 있어 체험 교육의 장으로 최적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유월리에 자리 잡은 ‘무안생태갯벌센터’(061-453-5010)를 방문해 보자. 갯벌생태관, 갯벌탐사관 등 다양한 전시관을 돌다보면 갯벌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절로 증폭된다. 갯벌을 실내로 그대로 옮겨온 공간에서 아이들은 여러 가지 버튼을 직접 눌러보고, 만지다 보면 자연스레 교과서에서 느끼지 못한 것을 이해하게 된다.
야외로 나오면 갯벌 체험장, 염전 체험장, 김 말리기 체험장 등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신발을 벗고, 갯벌에서 함께 뒹굴다 보면 온 가족의 정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해제면 송계마을(061-454-8737)을 찾아도 좋다.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백사장과 해송림이 근사하게 어우러진 이 곳에서 갯벌의 생태를 관찰하고, 바지락과 소라를 줍다보면 아이들의 얼굴에서 밝은 미소가 살아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듯.
송계마을은 ‘한국의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꼽힌 곳이기도 하다.
연 관련 상품·요리 등 한자리에 오늘 ‘대한민국 연산업축제’ 개막
누구라도 백련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밖에 없는 회산백련지에선 6일부터 9일까지 ‘2009 대한민국 연산업축제’가 열린다.
1997년부터 매년 8월 ‘무안백련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리던 이 축제는 지난해부터 현재의 타이틀로 바꾸고 무안의 백련 재배 및 가공 산업 분야 활성화를 위한 장으로 과감하게 변신했다. 그 결과 지난해 7개 업체가 51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다양한 연 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연산업주제관’을 비롯 연을 이용한 각종 요리를 볼 수 있는 전국 연 요리 경연대회, 무안백련산업 포럼, 총 12개 업체가 참가하는 무안 백련 상품 홍보·판매관 등 산업 활성화를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축제장을 찾는 가족 관광객은 볼거리 뿐 아니라 신비의 연꽃길 보트탐사, 연근 캐기, 연비누 만들기, 연잎 양산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도 할 수 있다.
※문의 061-450-5319
무안|글·사진=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