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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신간소개] 흑인과 백인의 性을 다룬 ‘검은 새의 노래’

입력 | 2009-08-06 14:39:00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이 넘쳐나던 남아공을 무대로 흑인 청년과 백인 소녀 간의 성(性)을 통해 ‘인종’과 ‘국가’의 문제를 낱낱이 파헤쳐낸 소설 ‘검은 새의 노래’.

소설은 자신의 과거와 사건의 전말을 회상하는 주인공 씨비야의 차분한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씨비야는 어느 날 해수욕장의 백인 전용 구역에서 일광욕을 하는 백인 소녀와 우연히 마주친다. 그는 백인 소녀와 마주친 후 이상한 집착에 사로잡혀 매일같이 해수욕장에 나가 백인 전용 구역에 있는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시대의 남아공은 인종간의 결합을 금지하는 인종법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은 씨비야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아들아, 백인 여자는 결코 탐하지 마라.”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깊이 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씨비야는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그녀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뒤를 쫓았다. 그러면서 그는 소녀에게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고 소녀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즐기게 되면서 다가올 비극은 까마득히 잊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백인 소녀가 사는 바닷가 방갈로까지 쫓아간 씨비야는 문을 열어놓은 채 벌거벗고 침대에 눕는 그녀를 보고 충동적으로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가 저항하고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주민들에게 붙잡혀 강간죄로 기소된다.

이 사건은 국내외 언론에 커다란 흥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씨비야는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유명인이 되고, 그의 목소리를 통해 아파르트헤이트로 대변되는 남아공 사회의 복잡한 모순과 인종주의라는 서구적 환상이 개인의 욕망과 무의식의 차원에서 어떻게 대변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 소설은 평등과 평화를 외치면서 국가와 인종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중적인 의식에 사로잡힌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검은 새의 노래/ 루이스 응꼬씨 지음 · 이석호 옮김/ 9,800원 / 224쪽/ 사륙판 양장/ 창비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