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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마당]서머타임제 도입

입력 | 2009-08-07 02:59:00


《정부가 여름철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를 내년 4∼9월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서울대경제연구소 등은 서머타임제를 도입하면 한 해 1362억 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생체리듬이 깨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면서 반대합니다. 어느 채용정보업체의 직장인 대상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2%가 서머타임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막대한 비용절감 왜 마다하나▼
OECD국가 중에 사실상 한국-일본만 도입 안해

서머타임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도입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최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내년 시행을 위한 국민의견 수렴 방침을 밝히면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서머타임제는 여름에 해가 일찍 뜨는 현상을 고려해 업무를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감할 수 있도록 표준시간을 앞당기는 제도이다. 현재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제도 도입 초기의 취지를 넘어서 여가활용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경기진작 효과까지 기대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서머타임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아이슬란드의 3개국뿐이다. 아이슬란드가 백야 현상으로 인해 서머타임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OECD 국가 중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미국은 서머타임 적용기간을 한 달 더 늘리기도 했다.
이렇듯 서머타임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임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잠시 시행한 이후로 20여 년 동안 논의만 한 채 시행하지는 않았다. 이는 사회 일각에서 서머타임제 시행이 근로시간의 증가와 국민의 생체리듬 부조화를 초래할 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논리로 제도 도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지나친 우려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는 근로시간 연장 우려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 기업의 합리적 인사문화와 근로의식의 선진화를 고려할 때 이런 우려가 이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실증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머타임제를 시행한 1987년과 1988년에도 월별 총근로시간은 이전에 비해 별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20년 전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가 당시보다 기업이나 근로자의 의식이 훨씬 더 선진화된 지금에 문제가 될 것인가?

이제 더는 서머타임제 도입을 미뤄서는 안 된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가 연간 수천억 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서머타임제를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경기 진작, 삶의 질 향상 등 많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제도를 다소 불편이 있다고 해서 외면하는 자세는 이치에 맞지 않다. 정부는 국민이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이의 보완을 위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제도의 도입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일부의 반대가 있더라도 필요성이 명확하다면 과감한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
▼[반]생체리듬 교란 등 부작용 클 것▼
에너지 절감 근거 약해… 근로시간 늘 가능성

정부가 내년부터 여름철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머타임 도입 효과 연구용역’ 결과 중간보고서에서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경우 비용을 고려해도 전력소비 감소와 교통혼잡 감소로 연간 1362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KDI와 에너지경제연구원, 교통연구원이 불과 2년 전에 실시한 효과 분석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서머타임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했지만 전력소비가 특별히 줄었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와 상치된다.
더군다나 2006년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시행한 서머타임 기간의 전력사용량을 분석한 전미경제조사국(NBER)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서머타임 기간의 전력사용량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서머타임제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서머타임제를 도입하자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락 스포츠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내수진작 효과가 클 것이라고도 하지만 경제 불황으로 인한 실업과 빈곤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머타임제를 시행한다고 이런 사업이 활발해지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경제적 효과 이전에 노동계가 서머타임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국내 노동시장과 고용관행을 볼 때 서머타임제를 도입하면 출근시간은 1시간 빨라지겠지만 퇴근은 전과 같아 노동시간만 늘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21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한다. 또 1300시간 내외인 네덜란드 등 일부 선진국은 차치하더라도 OECD 평균인 1768시간보다 1.3배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서머타임제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 도쿄의 경도를 기준으로 삼아 표준 시간이 이미 30분 정도 빠른 우리나라에서 서머타임제를 실시할 경우 생활패턴이나 인체리듬이 교란돼 적지 않은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예상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출근시간 변동에 따른 생활리듬 변화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피로가 누적되어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 전체의 건강에 해가 될 뿐 아니라 산재사고 발생률이 높아져 생산성이 떨어질 소지도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서머타임제 실시는 맞지 않을뿐더러 시기상조인 만큼, 정부는 실익도 없는 논란으로 국민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강충호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