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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익중]결식아동 지원, 왜 ‘찬밥’이 되나

입력 | 2009-08-08 02:59:00


세상에서 배곯는 일처럼 서글픈 것이 있을까? 그래서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아동복지정책 중 가장 먼저 챙기는 분야가 아동급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방학 중 무료급식 대상자 선정기준을 아동복지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지자체 급식예산 부족분에 대한 국고지원 근거를 신설하는 등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체계 개선안’을 마련해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에 권고했다.

현재 결식아동 지원체계는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로 이원화돼 무료급식 대상자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관리하는 학기 중에는 73만 명, 보건복지가족부가 관리하는 휴일과 방학 중에는 57만 명으로 차이를 보인다. 개선안을 시행하면 이런 차이는 사라지리라 판단된다. 또한 방학 중 아동급식 지원은 지방이양사업이어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상태에 따라 영향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대한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여 국가의 보호책임을 강화하였다.

개선안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번에는 실제 집행으로 탄력을 받으리라는 기대와 여러 번의 기존 급식대책처럼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또 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아동에게는 한 표 행사 권리가 없어 아동 관련 예산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지자체 차원에서도 항상 예산의 후순위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의지나 재원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순위의 문제이긴 하지만 22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의 일부를 급식예산으로 전환하면 아동급식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급식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면 안한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식권이나 식당 이용을 통해 밥을 먹이는 데만 급급한 급식지원방식은 한참 예민할 나이의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여러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중간에 식사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급식이 제공되는 형태가 되어야지 급식만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거나 다른 장소를 방문해야 한다면 아동이 밥을 굶어도 수치심 때문에 급식을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아동에게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결식아동이 가족 내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쉽다. 아동을 위한 무료급식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아동을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안을 함께 강조해야 한다. 부모가 문제 상황에서 탈출하면 아동도 혜택을 받으므로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은 빈곤가족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이뤄져야 가장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결식아동에 대한 대책만으로는 빈곤 결식아동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빈곤아동의 복지를 증진함과 동시에 일반아동이 빈곤아동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예방해야 한다. 아무리 급식제도가 완벽해도 수시로 변화하는 개별 아동의 상황을 즉각 반영하기 어려우므로 대상자의 누락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모든 아동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한다면 급식대상자 선정을 위한 별다른 행정비용 없이 결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동 상황은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수준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척도이다. 우리나라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아동 이익 최우선의 방향으로 급식 지원체계를 포함해 모든 아동복지정책에 대한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밥 굶는 아동이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사회 모든 구성원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로 생각된다. 이른 시일 내에 대한민국이 빈곤·결식아동이 한 명도 없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