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담 빠담, 파리/양나연 지음/284쪽·1만2900원·시아
◇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박상주 지음/344쪽·1만3000원·북스코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길에 올랐던 두 저자의 여행서다. 알뜰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은 아니다. 저자들은 이 여행에서 인생의 꿈과 희망을 찾았다. 물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다.
‘빠담 빠담, 파리’의 저자는 30대 초반의 여성 개그 작가다. 29세 때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에서 가이드라는 직업에 반했다. 심심할 것만 같던 미술관 관람이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열정의 도가니가 되는 체험을 했다. 어린아이 붓질 같았던 모네의 ‘수련’에서는 움직이는 빛을 포착한 화가의 천재적인 채색 기법을 발견했다.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는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생활이 궁핍해도 죽는 순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은 삶을 살다 갔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사표를 냈다. 남미로도 여행을 떠났다. 남미 여행과 파리의 가이드 생활을 통해 그는 이국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가세가 기울자 학비가 싼 남미의 대학을 찾아내 원하던 의학 공부를 계속하는 여덟 살 어린 남자 대학생, 처음 만난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여러 날 숙식을 제공한 현지의 한국인 자원봉사자들….
1년간 파리에서 가이드 생활을 한 저자의 지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파리에서 오래 머물려면 여름방학 때 유학생 숙소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팔찌를 반강제로 파는 흑인들이 있다는 점 등 재미있는 팁도 있다. 한국에 돌아온 저자는 여행 중 만난 ‘인연’과 결혼을 했다. “내가 남미로, 파리로 떠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물론 예금계좌에 돈도 조금 차 있을 테고, 차도 있을 것이다. (중략) 하지만 도전하는 삶이 주는 그 희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 언제든 더 큰 세상을 향해 떠날 수 있는 자유는 갖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는 40대 후반의 전직 기자가 썼다. 20년의 기자 생활에 회의를 품고 있던 날, ‘지금 나의 삶은 자유로운가, 풍요로운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 남은 인생도 이렇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해 여행의 길을 택했다. 페루, 우즈베키스탄, 케냐, 라오스, 베트남 등 세계 10개국의 오지를 돌면서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한국인들을 만나 취재했다.
페루의 길동수, 박은미 씨는 잉카의 후예들에게 한국의 도예 기술을 가르친다. 잉카 후예의 예술성과 고려청자의 기술을 접목시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감자 농사와 가축 사육만으론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기에….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그들의 몫일 정도로 출발은 초라했다. 그러나 쿠스코 예술학교 학생들이 1주일간의 작품 전시회를 끝내고 가족의 한 달 생활비에 해당하는 500달러씩을 거머쥐자 주민들의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저자는 과테말라 거리의 청소년들을 학교로 이끈 정점순 수녀와, 두 아이를 데리고 세계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나병도 씨 부부도 만났다. 현지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 묻어나는 현지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접하다 보면 어느새 저자와 함께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저자는 자신에게 던졌던 물음의 답도 찾았다. “우리의 삶은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바람이다. 그렇기에 주어진 모든 순간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