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멕시코 동북부 해안도시인 타마울리파스 주 알타미라 시 외곽에서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CGL·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 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이날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공장에서 버튼을 함께 누르자 폭 186cm, 두께 2㎜의 얇은 강판이 '윙'하는 굉음을 내며 총 길이 375m, 높이 20m의 생산라인으로 빨려 들어갔다.
약 4만㎡ 규모인 이 생산라인은 한국에서 실어 온 강판에 아연을 도금해 자동차의 차체에 쓰이는 고급재료인 아연도금강판과 아연도금합금강판을 만들어 낸다. 생산규모는 연간 40만t. 초기엔 가동률이 약 50%로 하루에 자동차 1500대를 만들 만큼의 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해외에 자동차 강판 공장을 준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이 공장 준공을 계기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자 생산기지인 북미, 중남미에 강판을 공급할 현지 생산 및 판매 체계를 완전히 갖췄다. 회사 측은 이 공장을 '자동차 산업 중심지로의 교두보'라고 소개했다.
● 자동차 생산 중심지 이동에 따른 포석
포스코 공장이 준공된 알타미라 시는 북미, 남미로 연결된 항구도시로 입지가 좋아 화학공업 생산시설이 많은 지역이다. 포스코는 이 곳에 약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지었다. 북미 자동차 생산이 급감한 가운데 투자를 강행해 우려도 적지 않았다. 경쟁업체인 티센크루프, 신일본제철은 현지 공장건설을 주저하며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
그런데도 포스코가 과감한 투자를 결심한 것은 자동차 생산 중심지의 이동 때문이었다. 정 회장은 준공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북미 자동차 제조가 많이 쇠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리적으로는 생산거점이 북부에서 동남부로 대거 이주 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며 "알라바마, 조지아 등에 8개의 자동차 공장이 가동 중이거나 가동될 예정이어서 멕시코 공장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네럴모터스(GM), 혼다, 닛산, 벤츠의 공장이 동남부에 몰려 있으며 기아(조지아), 도요타(미시시피), 폭스바겐(테네시)의 공장도 조만간 준공될 예정이다. 이날 준공식에도 도요타, 혼다, 닛산, 폭스바겐의 구매담당 간부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선도 투자는 자동차 생산거점의 이동과 경기 회복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이 지역의 자동차 생산능력 확충에 비해 강판공급이 부족해 2015년에는 200만t의 강판이 부족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 곳이 지정학적인 요충지라고 생각해 선점했다"며 "(선수를 빼앗긴) 핵심 철강업체들이 '아시아 철강사가 중남미까지 와서 주인행세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위치를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측의 지원도 컸다. 공장 준공 과정에서 설비와 건설 기자재에 특별관세를 면제했다. 국외 수출용 수입소재에 대해서도 특별관세 예외를 인정했다. 여러 차례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준공식 행사에 참석한 칼데론 대통령은 "착공 당시 힘들고 어려운 정치 경제적 상황에서도 투자를 단행한 포스코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 글로벌 역량 강화하는 포스코
포스코는 이번 공장 준공에 이어 미국 동남부에 서비스 센터 한 곳을 신설키로 했다. 멕시코에는 이미 두 곳의 서비스 센터와 물류기지를 지었다. 이를 통해 현지 제조업체에 대한 적기 공급능력과 협력체계를 갖추고 '철강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용 강판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커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분야에서 아르셀로 미탈, 신일본제철에 이어 글로벌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작년 말 품질검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도요타에 강판공급을 성사 시켜 내년 이후 3~5년 단위의 장기계약을 기대하는 등 기술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포스코는 또 최근 유럽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중간 거점인 인도에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지어 글로벌 철강사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인도 공장까지 완공되면 베트남, 인도, 멕시코, 중국 등 해외생산기지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해외생산 및 판매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타미라=김용석 기자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