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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 쿡,쿡…바닷가도 광고판

입력 | 2009-08-09 21:45:00


KT는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 직원 3만8000여 명에게 KT 초고속 인터넷 브랜드 '쿡(QOOK)'과 이동통신 브랜드 '쇼(SHOW)' 로고가 밑창에 새겨진 슬리퍼를 나눠줬다. 직원 스스로가 KT 홍보대사가 돼 휴가지에 가서도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며 회사 브랜드를 알리도록 한 것이다.

걸음을 뗄 때마다 모래사장에 도장 찍듯 새겨지는 브랜드 로고는 피서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요즘 KT 고객센터에는 "슬리퍼를 받을 수 없겠냐"는 문의가 이어질 정도다. 도시 곳곳은 물론, 피서지 모래사장처럼 예기치 못한 장소까지 광고가 따라다니고 있다. 소비자가 가는 곳이라면 일상 속 공간이 광고의 무대가 되고 있다.

3월 서울에서 가장 번잡하기로 유명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 희한한 물건이 등장했다.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약 760m 구간에 줄지어 서 있는 11m 높이의 사각기둥, '미디어 폴(media pole)'이 그것이다. 미디어 폴은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구현할 수 있는 기기다. 강남구청이 '유비쿼터스 거리(U-Street)' 사업의 일환으로 40억 원을 들여 세운 미디어 폴은 35m 간격으로 모두 22개가 설치돼있다.

미디어폴은 이 지역을 자주 찾는 10, 20대 디지털 세대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으며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애니콜은 최근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미디어 폴에 '연아의 햅틱' 광고를 실었다. 정지된 옥외 광고가 아니라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11m 높이 미디어 폴 스크린 상에서 위 아래로 점프하는 모습은 지나가는 행인은 물론, 버스 안 승객들의 눈길까지 잡아끈다.

미스터피자는 최근 서울 중구 무교동 청계광장점 안에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디지털 영상장치)를 활용한 디지털 갤러리를 만들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다양한 영상기기를 직접 조작하며 쌍방형으로 브랜드의 역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잠깐의 재미를 주면서도 거부감 없이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박재항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은 "기업들의 마케팅 환경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면서 광고의 영역이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접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