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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정치구호 사라진 광장엔 열정과 환호가…

입력 | 2009-08-10 02:59:00


9일 서울광장에는 밤늦도록 젊음의 활력이 넘쳐흘렀다. 푸른 잔디밭 옆에 마련된 특설 농구코트에서 2009 서머 스트리트 바스켓볼 페스티벌이 열려 휴일을 맞아 시내를 찾은 가족과 연인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제8호 태풍 모라꼿의 소멸로 모처럼 맑게 갠 하늘 아래 길거리 농구 출전 선수들은 화려한 개인기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가로 15m, 세로 14m인 사각의 코트는 그들만의 작은 세상이었다.

2004년 개장된 서울광장에서 이런 스포츠 행사가 열린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 광장은 문화와 소통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광장은 그 수가 급속하게 늘기는 했어도 과격한 정치 구호가 쏟아지고 첨예한 대립으로 맞부딪칠 때가 많았다. 그런 광장이 이날만큼은 갈등의 무대가 아닌 열정과 환호로 선수와 관중이 함께 호흡하는 열린 공간이 됐다.

모처럼 광장을 뜨겁게 달군 길거리 농구는 1900년대 초반 미국 워싱턴과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빈민가의 청소년들은 뒷골목에서 공을 튀기며 땀의 소중함과 동료애, 규칙의 중요성 등을 배웠다. 이들 가운데는 프로농구 스타로 대성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입시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청소년들은 운동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공과 골대만 있으면 쉽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 농구를 통해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광장과 길거리 농구의 이색 만남이었던 이번 농구 축제는 시원한 밤공기 속에 참가자들의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 채 막을 내렸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