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전략과 경제대화 첫 모임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다. 이번 대화는 외견상으로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종전 회담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지구적 규모의 전략 과제와 경제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한층 격상됐다는 느낌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대화를 가리켜 “21세기의 틀을 짜는, 전 세계 그 어느 양자관계에도 뒤지지 않는 중요한 회의”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G2체제론’이라는 용어가 나왔고 일각에서는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심정적 반응도 나왔다.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참가하지 않는 자리에서 한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가 논의됐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역시 상당히 심정적인 반응이지만 한일 양국이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미중 관계는 분명히 이중적인 면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적절히 표현한 것처럼 양국은 ‘21세기의 틀을 짜는 관계’지만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는 아니다. 일부 미디어가 오바마 대통령이 마치 미중 관계를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또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표현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이같이 보도한 미디어들은 원문을 참조해 보기 바란다). 미국의 대통령이 그 정도로 부주의한 발언을 할 리가 없다.
물론 이번 회의가 ‘21세기의 틀을 새롭게 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컨대 오바마 대통령이 미중 양국의 공통과제로 내세운 것은 경제위기 회복, 청정하고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의 미래, 핵무기 확산 저지였고 나아가 해적, 전염병, 내전, 테러 등 국경을 뛰어넘는 21세기형 위협의 공동 대처였다.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으로서도 이런 문제에 더는 무관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중 간 상호 경제의존이 뚜렷하게 진전됐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은 대미 무역에서 큰 폭의 흑자를 내왔고, 이제는 세계 최고의 미 달러와 채권 보유국이 됐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 중국 역시 국채 가격과 달러 가치 하락으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는 1980년대 미일 경제관계에서 잘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 이틀간의 회의 결과를 놓고 ‘새로운 G2체제의 형성’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양국은 중단된 군사교류의 재개, 오바마 대통령의 연내 중국 방문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 동북아시아의 안정, 6자회담의 재개, 테러나 핵무기 확산 금지,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등 각지의 지역문제 등에 대해서는 “한층 더 많은 협력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피상적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다.
미중 관계가 21세기의 틀을 짜는 관계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두 나라가 정치경제 체제, 이데올로기,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은 채 경제적 상호의존에 머문다면 또 다른 무역마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같은 미중 관계를 ‘G2체제’라든가 ‘가장 중요한 양국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대국화나 G2체제의 출현에 강박관념이 있다. 그러나 진정 G2체제의 출현이 염려스러우면 한미, 미일, 가능하다면 한일 간의 긴밀한 전략적 대화와 연계를 통해 중국에 군사적 투명성과 보편적 가치, 국제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중국은 한일 양국에 위협적인 존재만은 아닐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