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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제5의 에너지

입력 | 2009-08-11 03:03:00


‘기든스 패러독스’란 게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험은 일상에서 보이지도 않고, 즉각적이지도 않지만 만일 그 위험이 가시화한 뒤 대응 조치를 취하려 하면 너무 늦는다는 내용이다. 유럽 좌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제3의 길’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 런던정경대 교수가 제기했다. 그는 온난화 방지에 시민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습관을 바꾸라는 충고는 잘 통하지 않는다. 특히 환경에 대한 경고는 흡연자에게 폐암 발병의 위험성을 강조해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안 먹히는 것 같다.

▷조애나 야로는 저서 ‘지구를 구하는 1001가지 방법’에서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실천 방안 1001가지를 제시했다. 자전거 타기, 큰 보폭으로 걷기, 전기 소모가 적은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쓰기, 빨래를 찬물로 헹구기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망라돼 있다. 그러나 ‘나만 열심히 한들 소용 있겠느냐’는 생각때문에 실천하는 사람이 팍팍 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참여한다고 해도 지구 온난화라는 큰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란 회의론도 있다

▷프랑스 환경단체인 네가와트가 30년간 프랑스인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약만으로 1차 에너지 소비량의 64%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절약은 에너지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연설에서 “녹색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녹색생활”이라며 에너지 절약은 ‘제5의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공동실천이 긴요하지만 ‘녹색생활’이 국민 사이에 일상화할 날이 올지 궁금하다.

▷우리 국민은 한번 ‘필’이 꽂히면 세계가 깜짝 놀랄 성과를 이뤄 내는 저력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비데와 향수가 비치돼 있을 정도로 깨끗한 화장실 문화 정착이 그렇다. 일본에선 20여 년째 검토만 하던 쓰레기종량제 전국 실시를 1995년 1월 1일 하루 만에 시행해 성공한 것도 우리다. 녹색생활이야말로 ‘한번 한다면 한다’는 우리 국민성을 보여줄 금세기의 화두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