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롯데-롯데-롯데-KIA-LG-KIA-LG.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꼴찌는 LG, 롯데, KIA의 3파전이었다. 자연스럽게 ‘엘롯기 동맹’이라는 말이 나왔다. 동맹보다는 동병상련이 어울리는 표현이겠지만 어쨌든 누구도 원치 않았던 엘롯기 동맹은 8년간 기본 틀을 유지했다. LG와 KIA가 함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02년을 빼곤 셋 중 두 팀은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동맹은 깨질 것 같다. 지난해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게 전조였다. 올 시즌 KIA는 선두, 롯데는 4위에 올라 있다. LG만 하위권이다.
LG는 최근 보기 힘든 내홍을 겪었다. 경기 중 마운드에서 선배 조인성(포수)은 후배를 탓했고 후배 심수창(투수)은 선배에게 맞섰다. LG는 지난 주말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3연승을 달리던 2위 두산을 2승 1패로 눌렀다. 주전 조인성 대신 마스크를 꿰찬 김태군이 든든하게 안방을 지켰고 타자들도 모처럼 근성이 넘쳤다.
야구에서는 가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1969년의 뉴욕 메츠가 그랬다. 8월 13일까지 선두 시카고 컵스에 10경기 뒤진 3위였지만 이후 49경기에서 38승(승률 0.775)을 거두며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요미우리도 대단했다. 7월 중반까지 선두 한신에 10경기 이상 뒤졌지만 센트럴리그 정상에 올랐다. 10일 현재 4위 롯데에 9.5경기 뒤진 LG가 남은 31경기에서 메츠처럼 승률 0.775을 거둔다면 최종 승률은 5할이 넘는다.
1969년의 메츠는 ‘미러클 메츠’로 불렸다. 2009년 ‘미러클 LG’는 가능할까. 쉽지 않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볼썽사나운 모습에 실망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