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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인도가 한국과 CEPA 체결한 속내는?

입력 | 2009-08-11 03:08:00


“우리의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이 한국의 제조업 기술과 만나면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뜻 보기에 미국이나 유럽의 공무원이 한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아난드 샤르마 인도 상공장관(사진)이 7일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날 한국과 인도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CEPA에 공식 서명했죠.

서명식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인도가 왜 한국과 자유무역을 하려고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인도에 자동차부품 선박 등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가 사라지면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반면 인도는 한국에 원자재 사료원료 등을 수출하는데 규모가 작은 데다 관세도 낮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통상교섭본부 협상 당국자에게 물어봤더니 “왜 한국과 하려는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는 맥 빠진 답이 돌아오더군요.

하지만 샤르마 장관의 말을 듣고 나니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도를 ‘인구가 많은 자원부국’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미 인도는 ‘아웃소싱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빠르게 경제체질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인도에는 약 100만 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법률 자문, 회계, 경영컨설팅 등 고급 서비스로도 점차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서비스 수지는 심각한 적자입니다. 특히 법률, 회계 등 사업서비스 분야는 올 상반기에만 72억2000만 달러의 적자로 사상 최대입니다. 스스로를 ‘지식기반 서비스 경제’로 자부하는 인도의 시각으로 볼 때 한국은 ‘제조업 강국’일 뿐입니다.

이번 협정을 통해 인도가 바라는 미래는 한국에서 수입한 컴퓨터로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한국 서비스 시장도 인도에는 군침 도는 먹잇감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면 하루빨리 경제체질을 바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장원재 경제부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