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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와인에 푹∼빠지다

입력 | 2009-08-11 07:53:00


개교기념일 와인 뜨거운 반응 와인판매 수익 장학금 지급도

와인의 인기가 대학교에도 파고들었다. 와인과 ‘친화정책’을 시작한 대학교가 늘고 있다.

출발은 대학교의 개교기념일을 축하하는 ‘기념 와인’에서 시작했다. 고려대의 경우 2005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라카르돈 2000’을 ‘고대 기념 와인’으로 정해 100주년 행사에 사용하고, 동문들에게 판매했다.

고려대는 이 기념 와인이 2만병 이상 나가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이후 매년 고대 기념 와인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보르도 와인 ‘클라랑델 루즈 2005’를 기념 와인으로 정했는데 이 또한 1만병을 주문했다.

한국외대도 비슷하다. 한국외대는 지난 4월 개교 55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와인 ‘그랑 코로나스 2005’를 ‘외대 기념 와인’으로 정했다. 이 와인 역시 동문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어 초도 주문 물량 3000병을 모두 소진하고, 추가 주문이 들어간 상황이다. 외대 기념 와인은 판매될 때마다 수익금 일부가 외대발전기금으로 적립된다.

이 같은 기념 와인은 원래 라벨 대신 학교를 나타낼 수 있는 별도의 라벨을 붙이는 게 이채롭다. ‘클라랑델 루즈 2005’의 경우 본래의 진회색 대신 고대 색상인 주홍색으로 라벨을 교체했고, 백라벨에는 고려대 사진과 기념 와인이라는 사실을 명기했다.

와인 판매 수익으로 장학금을 주는 학교도 생겼다. 서강대가 주인공. 서강대는 2007년부터 호주에 위치한 예수회 와이너리 세븐힐 셀러스에서 직접 와인을 수입해 동문 등을 대상으로 판매했고, 개교 50주년인 2010년부터 이 수익금을 재학생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와인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두 차례에 걸쳐 6300여 만원. 와인이 과연 팔릴까 라며 반신반의한 서강대 관계자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수치다. 판매 첫해인 2007년 개교 50주년 기념 와인으로 사용하기 위해 따로 보관한 ‘세븐힐 셀러스 쉬라즈 2004’를 제외하고 ‘세븐힐 셀러스 카베르네 소비뇽 2004’ 3000병과 ‘세븐힐 셀러스 세인트 이냐시우스 2004’ 600병 등 3600병이 모두 팔렸다. 지난해에도 수입 물량을 모두 팔아 치웠다.

와인수입사 신동와인 문진선 대리는 “대학교 기념 와인은 반응이 매우 뜨겁다. 금세 팔리고, 추가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와인이 한국 사회의 문화로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단상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