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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썩혀 가스 선물…“쓰레기야, 고맙다”

입력 | 2009-08-12 02:50:00


음식물쓰레기-가축분뇨 부패시켜 바이오가스 생산
33개시설서 年4399만㎥ 만들어 버스연료 등 사용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남물재생센터(옛 가양하수처리장)에서는 하루 약 18만 m³의 하수찌꺼기가 나온다. 예전에는 먼 바다에 흩뿌려지는 ‘2차 쓰레기’였지만 최근 이 하수찌꺼기는 버스를 움직일 수 있는 연료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한국환경자원공사는 최근 이 하수찌꺼기가 부패할 때 나오는 가스를 이용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연료로 활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 하루 약 2880m³의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버스 30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공사 측 설명이다.》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 하수찌꺼기가 썩을 때 나오는 ‘쓰레기 가스’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쓰레기가 부패할 때 나오는 가스를 이용해 천연가스와 비슷한 에너지원을 만드는 ‘바이오가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 버스 움직이고 가스레인지 켠다

바이오가스는 유기물질이 썩을 때 나오는 가스를 모아 정제한 것이다. 유기물질이 썩을 때 내뿜는 가스에는 도시가스, 천연가스의 에너지원인 메탄이 약 60% 함유돼 있다. 이 가스를 모아 냄새의 원인인 암모니아나 황 화합물 등 다른 성분을 제거하고 메탄 함유율을 95%까지 끌어올리는 정제 과정을 거치면 바이오가스가 된다.

바이오가스의 열량은 m³당 약 8500Cal로 도시가스(m³당 1만400Cal)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면서 성분은 비슷해 효용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미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 운행하고 있는 천연가스 버스에 그대로 주입하거나 도시가스로 공급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환경부도 앞으로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와 섞어 바이오가스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2007년 기준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총 33곳.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총량은 4399만7000m³이다. 이 중 하수처리장에서 세균 등 유기물을 이용해 하수를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가스가 2196만1000m³로 가장 많다. 이어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가스를 발생시키는 병합처리장에서 생산된 가스가 1831만 m³로 두 번째였다. 음식물 쓰레기나 여기에서 나오는 물인 ‘음폐수’를 이용해 가스를 만드는 시설은 4군데로 이곳에서 생산한 가스는 344만9000m³이다.

환경부는 2013년까지 바이오에너지 생산 시설을 17군데 더 세워 생산량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중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하는 곳이 10곳, 음폐수를 이용하는 곳이 7곳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하는 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하는 이유는 생산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재덕 환경부 폐자원에너지팀 사무관은 “하수찌꺼기 1t을 처리하면 바이오가스를 30m³ 정도 만들 수 있지만 같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면 3배가 넘는 100m³의 가스를 얻을 수 있고 음폐수를 써도 1.5배 수준인 50m³의 가스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효율성 개선으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이 시설들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해서만 연간 7352만4000m³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2007년 생산한 양의 20배가 넘는다. 이 사무관은 “매년 원유 28만3000배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국내에서 생산해 연간 262억 원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17군데에서 바이오가스 생산에 사용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에 1598t. 음폐수는 2540t이 쓰인다.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2007년 기준)의 약 11%, 바다에 그냥 버려지는 음폐수의 약 56%가 소중한 에너지로 바뀌는 셈이다.

한편 음식물 쓰레기를 재처리하면 환경오염도 줄이고 에너지도 생산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를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한 곳에 시설을 지어놓으면 자원을 캘 수 있는 화석연료와 달리 에너지원인 쓰레기를 여기저기서 운반해 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시설 입지도 운송 효율을 감안해 선정하고 메탄 농도와 m³당 열량이 더 높아지도록 정제하는 기술도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윤샘이나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