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수괴 이강년 못 찾아
의병 화약으로 촌락 불태워”
토지박물관 ‘진중일지’ 공개
‘각 수비대는 (한국의) 해당 지역에 도착한 후 속히 약도와 물자 교통 위생 등의 정태를 상세히 기록해 각 3통을 만들어 상신하라.’ ‘25세 김달용. 위 양민은 폭도(항일의병)와 짝이 되어 아군(일본군)의 상황을 정찰하고…1907년 9월 17일 오후 4시 사살함.’
항일의병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1907∼1909년 일제의 의병활동 진압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진중일지(陣中日誌)’가 공개됐다. 경기 성남시 토지박물관(관장 심광주)은 “1990년대 말 이 진중일지를 수집해 소장해오다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 11일 밝혔다.
진중일지는 일본에서 파견된 일본군 보병 14연대가 1907년 7월 23일부터 1909년 6월 19일까지 주둔지를 옮겨 다니며 항일의병을 진압한 내용을 하루도 빠짐없이 날짜별로 기록해 놓았다. 일본어로 된 이 진중일지는 총 14권, 2400쪽에 걸친 방대한 분량. 진중일지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일본군 보병 14연대 1291명의 파견 준비 상황, 매일매일 날씨와 기온, 진압 활동에 나선 병력의 수, 군수물자 이동 및 무기 탄약 상황, 전투 상황, 일본군 피해 및 전사자 현황, 군기위반 사항, 진압계획도, 진압 후 귀환정차 등 진압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촌락 방화, 양민 학살 등 일제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1907년 9월 15일 경북 문경지역 전투보고엔 ‘적의 수괴는 이강년(1858∼1908)인데 사망자 중에서는 그를 찾지 못했고 적성은 전부 폭도가 점령하고 있음. 이들이 사용한 화약 탄환을 저장한 뒤 전투에 이를 이용해 촌락을 소각했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