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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당 지도체제 혼미 빨리 걷어내라

입력 | 2009-08-12 02:50:00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 당 대표라도 재선거에 출마하려면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고 공천은 당이 구성하는 공천심사위원회 소관이다. 공천신청서도 접수하지 않은 박 대표가 당청 회동을 이용해 대통령에게 출마 결심을 먼저 ‘보고’했으니 대통령의 실질적인 지지를 받은 것처럼 포장하려 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박 대표의 출마 계획을 듣고 “당에서 상의해서 잘해 달라”고 한 것은 그런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표가 재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면 금배지를 달기 위해 한나라당 대표직과 대통령을 이용하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서둘러 대표직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나라당 내부는 지금 박 대표의 재선거 출마와 관련해 대표직을 갖고 출마할 것이냐를 놓고 계파 간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는 박 대표를 사퇴시켜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거나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 측을 당 운영에 끌어들이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도 이루려는 움직임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 전면 복귀를 가급적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기 위해 박 대표가 대표직을 갖고 출마해 현 지도체제에 변화가 없기를 바라고 있다.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나 전당대회 실시 여부는 한나라당 내부 문제에 속한다. 그러나 집권여당 지도부의 면면이 장기적인 불확실성 속에 놓임으로써 국정운영에 지장을 주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기국회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비정규직법 개정은 물론 내년 정부예산 편성과 관련한 증세 논란, 사회간접자본(SOC)과 4대 강 사업 재원의 관계 등 당정 간에 치밀하게 논의해야 할 국정 현안은 제대로 정리된 게 없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 철회를 요구하면서 전국을 다니며 장외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조속히 지도체제의 혼미를 걷어내고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는 데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재선거 공천에 실패하는 잘못을 또다시 저지르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