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 씨(43·여)는 2005년 7월 정기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유방에 팥알만 한 혹이 발견됐다. 곧바로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오른쪽 가슴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또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려고 서울대병원에 재검진을 의뢰했다. 서울대병원은 세브란스병원의 검사 결과만을 믿고 간단한 촉진(觸診)을 거친 뒤 수술 날짜를 잡았고, 김 씨의 오른쪽 유방 4분의 1을 절제했다.
그러나 수술로 제거된 조직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당황한 서울대병원은 세브란스병원에 경위를 물었다. 확인 결과 세브란스병원에서 다른 암 환자의 샘플과 뒤바뀌어 김 씨가 유방암에 걸렸다고 오진한 것으로 판명됐다.
김 씨는 두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실수로 샘플이 뒤바뀐 것에만 책임을 인정해 세브란스병원 측에 39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는 서울대병원에도 책임이 있다며 두 병원이 함께 51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최초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해 다른 병원을 찾았다면 이전 병원의 소견과는 별도로 재검사를 하는 등의 주의 의무가 있다”고 11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