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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교통표지판도 한글로 바꿀 계획”

입력 | 2009-08-12 02:50:00


■ 부퉁섬 바우바우市 타밈 시장

“글이 없어 풍부한 전통을 계승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사용하게 해줘 고맙습니다.”

11일 오전 바우바우 시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아미룰 타밈 시장(사진·55)은 인도네시아어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16일 바우바우 시 타밈 시장은 사단법인 훈민정음학회와 찌아찌아어를 담는 글로 한글을 사용한다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타밈 시장은 “찌아찌아족의 고유한 언어 유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쉽게 쓸 수 있으면서도 세계화 가능성이 있는 글자를 찾았다”며 한글 채택 배경을 밝혔다.

한국이 빠른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룬 것도 이유가 됐다. 이곳 곳곳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낡은 건물을 부수고 빈터에는 3층 높이 건물도 세우고 있다. 부퉁 섬 옆에 있는 발리 섬처럼 국제적인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발전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처럼 아시아에서 발전하는 나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글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이 선도하는 정보기술(IT)이나 여러 과학 기술을 배우는 데에도 한글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주민들 대부분이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어나 눈에 익은 로마자, 무슬림이 자주 접하게 되는 아랍어를 빌려와 쓰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찌아찌아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기에는 모두 한계가 있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글로 된 ‘바하사 찌아찌아’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아비딘 씨는 “찌아찌아족에만 있는 ‘다’ ‘바’ 발음은 인도네시아어의 T, P로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는데 한글로는 복잡한 발음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네시아어를 쓸 경우에 표기는 같은데 의미가 달라 혼동을 주는 경우도 많아 더 적합한 한글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바우바우 시는 학교 수업 외에도 시 전체에 한글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타밈 시장은 “바우바우 시 시민 중에는 시외나 국외로 나가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어를 배우면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의 국제적 기업에 취직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도시 안의 간판이나 교통표지판에도 한글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글 교육과 한국과의 긴밀한 교류를 돕기 위해 ‘코리아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내년 여름까지 완공될 코리아센터에는 도서관과 컴퓨터실 등 교육 공간과 공연, 전시 공간 등 문화 교류를 담당할 곳이 들어서게 된다. 타밈 시장은 “올겨울 한국을 방문해 한글 교육과 문화 교류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우바우(인도네시아)=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