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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청산가리女김민선

입력 | 2009-08-12 02:50:00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 작년 5월 1일 미니홈피에 올린 글로 여배우 김민선은 단박에 떴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해 2004년 MBC 우수연기상을 탔지만 그때까지 김민선은 스타라 하긴 힘든 상태였다. 포카혼타스처럼 야성적이면서도 지적이고, 섹시함까지 감도는 데도 데뷔 10년이 되도록 확 뜨지 못했다. 4월 29일 ‘미국산 쇠고기=광우병’이라는 MBC ‘PD수첩’이 방영된 뒤 김민선은 연예인 중에서 빠르게 반응을 내놓았다. 일부 누리꾼은 홈피를 찾아가 ‘개념 있는 여배우’라고 칭송했다. 그가 출연해 11월 개봉한 영화 ‘미인도’는 대박이 났다.

▷육류수입업체 ㈜에이미트를 운영하는 박창규 사장이 그제 PD수첩 제작진과 김민선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왜곡 과장보도와 발언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것이 이유다. 방송이 허위라고 밝혀지면 MBC와 김민선이 공개사과라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끝내 침묵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유명 연예인으로서 이제라도 잘못된 발언으로 인한 국민적 오해를 푸는 데 노력하라”고 김민선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가 왜 느닷없이 자극적인 발언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필자는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영화든, 그 자신에 대해서든 화끈한 마케팅 효과를 거둔 건 분명하다. ‘미인도’ 개봉 당시 ‘김민선, 미인도로 광우병 홍역 이겨낸다’는 식의 연예기사가 넘쳤다. 자신을 스타로 만든 PD수첩이 거짓임이 밝혀졌는데도 김민선은 조용하다. 소속 기획사는 “지난 일인데 소송이 들어와 당황스럽다”고만 했다.

▷2005년 연예인 X파일이 떠돌 때 김민선은 기자회견을 통해 “연예인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 연기자로서 기본적인 인권마저 박탈당했다”고 분개했다. 지난해 자신이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방영되자 “청산가리 발언 이전에 찍은 화면”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연예인이라고 현실 참여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봤다면 책임지는 태도는 보여야 한다. 연예인 이전에 인간의 도리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