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르노삼성차는 안 깎아준다고?”

입력 | 2009-08-12 15:36:00

르노삼성자동차 홈페이지 캡쳐 화면


회사원 조 모 씨(41)는 최근 회사 게시판에서 솔깃한 글을 하나 발견했다.

르노삼성의 한 영업직원 명의로 된 게시물에는 '신형 차량 기본할인 20만원, 노후차 할인 추가 50만원…' 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 직원이 제시한 할인 조건을 모두 더하면 뉴SM3 승용차를 약 100만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조씨는 르노삼성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회사가 제공하는 공식 할인 조건보다 이 영업직원이 제시한 조건이 훨씬 혜택이 컸다.

르노삼성이 창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수해온 이른바 '원 프라이스'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영업직원이 판매수당에서 구입비를 깎아주는 기존 자동차 업계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는 점을 내세워 '비공식 할인'을 금지시켜온 회사 정책이 일부 영업직원들 사이에서 깨지기 시작한 것.

서울의 한 르노삼성 영업소에 근무하는 팀장급 영업직원 A씨는 새 차 구입을 고려하는 고객들에게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제공하는 할인 혜택 외에 '상당한 액수'를 개인적으로 더 할인해 주겠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 할인은 금지돼있기 때문에 구매를 확정하고 계약서를 쓰면 그때 가서 조용히 할인 액수를 제시하겠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수당에서 차종에 따라 30만~50만원을 추가로 깎아주고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있다. 차를 구매한 고객에게도 "절대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또 다른 르노삼성 영업직원 B씨는 과거 자신을 방문했던 고객들에게 안내 전화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차를 더 깎아주겠다"고 권유하고 있다.

지방의 한 영업소 직원 C씨는 구매 상담을 할 때는 회사 정책대로 가격을 제시하지만 고객이 실제 구매 의사가 있는 것으로 심증이 가면 조용히 할인액수를 제시한다.

그는 "만약 내가 할인을 해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징계를 받게 된다"며 "절대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라고 요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A자동차 영업직 출신인 C씨는 "최근 경기가 안 좋아 회사로부터 실적 압박을 강하게 받는데다, 비공식 할인 없이는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규율을 어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를 구입한 회사원 최 모 씨(36·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현대, 기아, GM대우차는 다 할인을 해 주는데 르노삼성은 한 푼도 깎아주지 않아 원래 고려대상이 아니었는데, 의외로 영업직원이 값을 깎아줘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르노삼성의 준준형차를 구입한 주부 이 모 씨(38·서울 강서구 염창동)는 "살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일단 구입하고 나서는 '좀 더 싸게 부르는 영업사원을 찾아볼 걸' 하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며 "예외 없이 단 한 푼도 안 깎아주면 사는 입장에서는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