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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봐야 공연 잘 풀리고…1년간 의상 안바꾸고…

입력 | 2009-08-12 21:23:00


-무대 위 배우들의 징크스에는 뭐가 있나요. (구윤형·21·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징크스란 불길한 일이나 운이 없는 일을 뜻하죠. 배우는 무대 위에서 한 순간에 모든 걸 보여야 하는 만큼 떨쳐내기 힘든 징크스와 대처법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 몸과 의상, 엉뚱한 징크스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알아보겠습니다.

▽몸=예전 연극계에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대 서기 전 머리를 안 감거나 손톱 발톱을 기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몸과 관련된 징크스도 여러 종류로 진화했습니다. 발레리노 김용걸 씨는 새끼 손톱만 길게 기르죠.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은 무용수로 활동하던 시절 토슈즈 끈을 묶다 손가락에 피가 나면 그날 공연이 잘 되었다고 해요. 그렇지만 공연이 잘 되게 하려고 일부러 피를 내는 건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 발레리나는 여자의 '그날'이 시작되는 날 무대에 오르면 공연이 유독 잘 된대요. 다른 날보다 몸이 더 유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랍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손가락이나 골반에서 나는 '우두둑'하는 뼈 소리를 들어야 공연이 잘 된다는 무용수도 있습니다.

▽'4차원' 징크스=공연장에 어머니가 찾아오면 실수를 한다, 토슈즈가 지나치게 발에 꼭 맞으면 공연이 안 된다 등 엉뚱한 징크스도 많습니다. 뮤지컬 배우 김수용 씨는 공연 첫날이면 무대와 소품들에게 "잘 부탁한다. 우리 잘해보자"며 인사를 나눈다는군요.

뮤지컬 배우 조휘 씨는 공연 시작 전에 무대에 꼭 손을 댑니다. '무대와 내가 하나가 되자'는 일종의 주문이라죠. 조 씨는 목을 풀 때도 꼭 화장실에서 푼다고 합니다.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김은진 씨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분장 만큼은 첫 순서로 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합니다.

▽옷 징크스=연극 '늘근도둑이야기'에 출연중인 배우 정경호 씨는 무대 의상을 입을 때 두툼한 스포츠 양말을 고집한다고 합니다. 얇은 양말은 미끄러운 느낌이 들고 불안하지만 스포츠 양말은 땀 흡수가 잘 되고 발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어 안정감을 준다나요. 그에게는 무대 위에 오를 때 주머니에 립글로스를 넣지 않으면 공연을 망친다는 징크스도 있습니다. 신인 시절 긴장한 탓에 입이 말라 립글로스를 바르던 습관이 굳어진 건데요. 요즘에는 립글로스를 바르지 않아도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고 해요.

같은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 김원해 씨는 새 의상으로 갈아입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 공연이 잘 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지난 해 8월부터 이 연극에 출연하면서 한번도 의상을 바꾼 적이 없대요. 그 탓에 양말 뒤꿈치에 난 구멍은 공연이 계속 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징크스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징크스를 막는 방법은 꾸준한 명상과 기도랍니다. 공연을 보는 관객에게 무대는 특별한 경험이지만, 배우들에겐 매일 대해야만 하는 생활의 터전이니까요.

염희진 기자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