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토론마당]이중국적 허용

입력 | 2009-08-13 02:59:00


《법무부는 연말까지 무국적자 지위를 인정하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사회 문화 학술 등 각 분야의 우수한 외국인에게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국가경쟁력 강화회의에 보고했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외국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영했지만 국민 정서 및 다른 이주민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해법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찬]국익 위해 외국인재 영입을
전통적 국적은 퇴색… 시기-범위의 문제

지난해 법무부는 이중국적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이중국적제도의 도입은 병역과 납세의 의무 및 참정권 행사와 원정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지만 고도의 정보사회에 진입한 세계화 시대에 점차 국경의 의미가 퇴색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국적의 의미를 계속 고수하는 일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중국적의 허용은 사회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여 결정할 국가정책적 문제로서 시기와 범위가 문제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법무부는 그동안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이중국적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뼈대는 국익에 기여할 우수한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원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정부는 세계화의 시대에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우수한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중국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 간의 경쟁이 전 분야에 걸쳐 날로 치열해지는 시점에 국익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외국 인재를 영입하는 일은 시급하고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
물론 우수한 외국 인재에 대해 특별한 요건 없이 이중국적을 허용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우수한 외국 인재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와 우리나라 우수 인재와의 역차별 문제이다. 그리고 유치한 외국 인재가 사회적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고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지도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와 함께 제기될 수 있는 점이 우리의 필요로 국내에 온 외국인노동자 문제이다. 이들에게는 우수한 외국 인재에 대해서만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정책이 인권 차원에서 볼 때 형평성을 잃었다고 비칠 수 있다. 나아가 외국인과 혼인하여 다문화 가정으로 삶을 꾸리는 사람이나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에게도 차별의 감정이 발생할 수 있다.
이중국적제도와 관련하여 또 다른 문제는 외국으로 이주한 재외동포의 경우이다.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동포의 이중국적 허용 요구는 날로 커진다. 이는 병역기피와 원정출산 등 여러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 개정안에 의하면 외국 국적 행사포기 각서만 제출해도 되므로 과거와 달리 국적에 관해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다문화 가정의 증가 속에서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과 더불어 산다. 국적법 개정안은 이중국적제도의 전면적 도입을 위해 첫걸음을 내디딘 데 불과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발효되고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을 극복한다면 향후 이중국적 문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 헌법학

[반]일부 계층만 혜택 받아서야
국가 경쟁력과 무관… 국민통합에 역행

최근 법무부는 국적법 개정 시안을 마련했고 공청회를 거친 뒤 입법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개정 시안의 핵심은 제한적 이중국적제도의 도입이다. 개정 시안은 혈연 중심의 국적법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특별귀화 대상자인 해외입양인, 특별공로자 외에 새롭게 ‘우수 외국 인재의 요건을 갖춘 자’를 추가하여 일반귀화 신청자의 국내 5년 거주요건 등을 면제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외국국적의 포기 의무를 유보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적행사 포기각서 제출로 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중국적을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 시안은 일시적으로 이중국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 본격적으로 이중국적을 도입, 용인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에서 합리성과 합목적성 그리고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 국적제도는 하나의 제도이며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중국적제도의 도입도 하나의 정책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적인 선택의 결과가 국가적인 목표와 국민적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적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와 개편 필요성에 대한 합리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 정서 문제다. 이중국적제도 도입은 오랜 단일국적제도 속에서 살아온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국적제도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충성을 전제로 한다. 이중국적 부여는 국민 통합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일부 계층에게만 국민 지위에 대해 복수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국민의 의무를 담보하기 어렵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운명공동체인데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이 또 다른 조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을 맞을 경우 어떤 의무를 강제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특별귀화 대상자 가운데 사실상 외국인이면서도 공직, 특히 정무직 공무원에 취임 또는 출마하여 주요 국가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면 이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셋째, 국가경쟁력과 이중국적 제도는 상관성이 없다. 국가경쟁력은 국가라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운명공동체에서 나온다. 반쪽짜리 충성심을 가진 우수 해외인력을 도입한다고 해서 국가경쟁력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경제 인력은 경제적인 동기와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역으로 다른 선진국에 우리 인력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는 국적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검증된 자료 하나 없는 상태에서 이중국적제도를 중심으로 국적제도를 꿰맞춰 가는 방식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경제적 세계화 속에서도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고 정치적 운명을 함께할 국민 정책은 좀 달리 봐야 한다. 해외입양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국적 또는 ‘한국적’ 제도를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